같은 시대 다른 국가의 한결같은 폭로
같은 시대 다른 국가의 한결같은 폭로
  • 이혜린 기자
  • 승인 2012.11.16 16:07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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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풍정 Vs. 그네

18세기는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의 독립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일어난 격변의 시기였다. 이 시기 속에서 많은 예술가들은 풍자와 해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사회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 시대에 놀이와 향락에서 빠진 양반들과 귀족들의 꼴불견을 담은 화가들이 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은 여인내들이 단오를 맞아 몸을 단장하는 풍경이다. 한쪽에서는 계곡물에 몸을 씻고 다른 한 쪽에서는 몸을 단장하는 큰 타래머리를 한 여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중에 단연코 화려한 복장을 한 여성은 그네를 타려고 다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는 까까머리 동자승의 모습 또한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림인 ‘그네’에서는 화려한 궁중복장을 한 귀족여성이 성직자가 밀어주는 그네를 타고 있고다. 미묘한 각도의 남자가 이를 지켜보고 주변 석상들은 마치 비밀을 공유하듯 침묵하고 있다.

한눈에도 두 그림이 서로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단오풍정’에서는 노란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기녀로 보이는 여인이 그네에 올라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그네’에서는 숲속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을 가득히 받으며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그네를 타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그림 속에서 엿보는 일에 동조 또는 참가한 이들이 종교인이라는 점이다. ‘단오풍정’ 한 켠에는 중들이 여인들의 몸단장을 훔쳐보고 있다. 본디 중이라 함은 금욕생활을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몰래 여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신윤복의 화폭에 담긴 에로티시즘과 동일함을 보여주는 듯 ‘그네’의 이명은 ‘그네라는 행복한 사건’이다. 이름이 의미하는 바부터 그림의 의미심장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네의 저 뒤편에는 여성이 그네를 타도록 밀어 주고 있는 성직자가 있다. 이 그림에서 남자 2명은 여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귀족 남성의 행동에 대한 성직자의 표정이 질투의 감정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공모자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저속한 행동을 작가들은 풍자와 해학을 통해 비판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그림 속 인물들은 엿봐서는 안 될 것을 훔쳐보고 있다. 중은 여자들의 몸단장을 훔쳐보고 그네 밑의 귀족은 여자의 치마 속을 훔쳐보고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점잖 빼고 앉아있을 인물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바라보는 것에서 화가들이 표현하려 했던 그들의 위선을 볼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고위층의 맨얼굴이었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이 사회를 비판하며 투쟁하는 예술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림은 사회를 반영한다. 지금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을까? 

 

이혜린 기자 hyerin9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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