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심벌과 이와 관련한 신화
‘뱀’ 심벌과 이와 관련한 신화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01.09 00:05
  • 호수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을 때까지 허물 벗는 뱀, 부활·치유·재생의 이미지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려져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뱀을 두렵고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여러 신화나 설화 속에서 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등장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천둥의 신 토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요르문간드, 인도 신화에 등장해 동쪽의 수호신 인드라와 대등하게 싸우는 브리트라,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의 신 라의 숙적으로 나오는 아포피스. 이들은 모두 뱀이다. 우리나라에도 ‘천년을 묵은 구렁이는 용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 산 뱀은 그 시간에 비례하는 큰 힘을 가진다고 믿었다.

 뱀이 이런 존재가 되었던 데에는 뱀만의 특성과 연관 있다. 뱀은 죽을 때까지 쉼 없이 탈피하는 동물이다. 뱀의 이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죽음에서 부활해 다시 살아난다고 생각했고, 뱀은 부활·치유·재생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뱀을 심벌로 사용한다. 뱀이 심벌로 사용되게 된 데에 더 깊게 들어가자면, 그리스·로마 신화와 이어진다.

 의술의 신인 아폴론에게는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가 의술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아폴론은 반인반마인 케이론에게 보내 의술을 배우도록 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뛰어난 의사로 성장해 병원과 학교를 세워 병자들을 치료하는 한편 의술을 가르쳤다. 그는 뱀이 휘감긴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이 지팡이가 그의 상징이 되었다. 의술을 상징하는 휘장에 지팡이와 뱀이 그려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지팡이에 있는 뱀은 허물을 벗는, 재생의 뱀을 의미한다. 이후 그의 지팡이는 현재 미국·영국·중국·대만·일본의사협회,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양한 기관에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심벌을 사용한다. 게다가 지팡이의 꼭대기에 날개도 달려 있는데, 이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아닌 헤르메스의 지팡이이다. 헤르메스는 그리스ㆍ로마 신화 속에서 죽은 이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이다. 왜 두 마리의 뱀을 넣었는가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미군의 의무부대에서 잘못 쓰인 두 마리의 뱀과 지팡이를 그대로 옮겼기 때문이라 여긴다. 헤르메스의 두 마리 뱀은 두 세계에 걸쳐 생활하는 뱀을 나타낸다. 뱀은 지상과 지하를 자유자재로 드나들던 동물로, 헤르메스의 임무가 지상과 지하를 날아다니듯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것과 같다.

김윤숙 기자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