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바쁠수록 책에 손을
백색볼펜. 바쁠수록 책에 손을
  • 승인 2014.10.16 18:13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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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대학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힐링

나의 친가는 순천이다. 우리 할머니가 순천에서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둘 있으니 바로 큰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이다. 할머니에게 순천에서 처음으로 한 집에서 서울대생을 두 명 배출해 냈다는 자부심을 안겨 준 두 자식이다. 그런 아버지는 언제나 좋은 대학을 가지 말라고 하셨다. 5년간 대학에서 배운 것은 오직 한 가지, ‘5시간 자고 5시간 공부하고 10시간을 놀라’는 신입생 시절 들은 한 교수의 말씀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진짜 대학은 언제나 책과 여행이다. 오늘 어머니에게 몇 년 만에 메일이라는 것을 받았다.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멀리서 빨리 보내주고 싶었던 편지 한 통. 어머니는 좋은 강연을 들은 내용을 담아 주시면서도 잊지 않으셨다.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아버지가 전에 잠깐 하신 말 기억나니. 그렇게 바쁜 일상이지만 책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책. 대학에 와서 우리는 이것에 관심 가진 적이 있었을까? 일 년에 전공·교양 서적 외에는 거의 한 권도 책을 안 읽는 대학생들, 이것이 우리나라 현 대학의 가장 큰 문제이다. 대학을 졸업해서 우리가 기억할 것들은 무엇인가? 영문학 작가들의 이름? 비평가들의 이론? 시험을 위해 하룻밤만 머릿속에 담고 다음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버리는 존재 아니던가. 우리는 대학에 와서 책을 읽지 않는다. 고로, 수많은 공부, 활동으로 4년이라는 시간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낸다. 그런데 개인시간은 커녕 하룻밤 공부를 위한 시간도 나지 않는 나를 위해 부모님은 조언하신다. 책을 읽어라. 도서관은 공부방으로, 전공 서적을 빌리는 곳으로 변모했다. 서점은 문구점으로, 데이트 장소로 변모해 간다. 대학 시절, 학점 관리하랴 연애하랴 자소서에 한 줄 더 그으랴 정신없다. 하지만 일년에 한 번, 반년에 한번, 한달에 한 번씩 차분히, 오로지 책을 위해서 도서관과 서점에 가 보자.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기간만 되면 공부는 뒷전이고 소설책에 푹 빠져있던 우리가 아니던가. 정말 바쁠수록 딴 짓이 하고 싶어질 때, 책을 읽어보자. 오죽하면 힘들어 죽겠는 딸에게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이 ‘책을 읽어라’ 일까. 우리는 듣기만 해도 진저리 치는 책을 읽으라는 최고의 조언보다 뻔하디 뻔한 힐링멘트가 더 필요할 때니까. “‘언제 행복할 예정인가?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지금 느낄 행복은 사라진다.’ 힘든 편집장 일이지만 그래도 웃음은 공짜니까 마음껏 가져라 하는 말이 있듯이, 많이 웃고 예쁜 모습으로 넉넉하게 지금 느낄 행복을 깨알같이 찾아가며 살길 바란다.” 어머니의 충고에서 새삼 부모님의 사랑과 내 삶의 갈길을 되새기게 된다.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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