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수험시절
백색볼펜. 수험시절
  • 승인 2014.11.18 17:56
  • 호수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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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주말인데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에 웬일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무슨 일이지 하고 주의 깊게 둘러보니 다들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캠퍼스를 걸어올라가거나, 엄마와 자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게이트를 지나고 있었다. 단번에 그 날이 수험생들의 논술고사날인 걸 기억해냈다. 며칠 전 우리 대학 건물 곳곳에 붙은 수시시험 공고를 보고 너도나도 벌써 3학년 2학기가 끝나가지만 엊그제 같았다는 수험생 시절을 회상했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신분을 벗어버리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패기와 행복이 잊히지 않는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죽도록 벗어나고 싶던 고등학교 시절을 뒤로 하고, 높은 꿈을 향한 길만이 펼쳐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대학에 들어온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게 강압적이었던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교육,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특히나 수험생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다 같이 얘기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에 비판적이며, 정답을 쓰는 수능이 아니라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같이 사고할 수 있게 하는 선진국의 시험을 시기하고 각성한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하는 대다수가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을 추억하면서 싫은 내색을 비추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에 주말이라면 주말, 혹은 개인마다 기다려지는 날이 하루쯤 있다. 어떤 날을 기대하고 바라게 되는 이유는 그 날을 제외한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중의 5일이 주말과 같다면 그만큼 주말이 기다려지지도, 값지지도 않을 것이다. 매일 매일이 즐겁다면 그것은 진짜 ‘낙’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넘쳐나던 패기와 행복은 힘들었던 수험 시절이 없었다면 가져보지 못했을 느낌이다.

수험생을 바라보며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금 힘든 것도 곧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든다. 고된 시간, 스트레스 받는 학교생활, 혹은 다른 요인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더라도 지금이 다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 시간이 있기에 우리가 누리는 다른 시간이 배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아무리 그래도 고된 시간이 의미 없고 빨리 지나가기만 바라게 될 때 조금은 나아지는 방법이 있다. 지금, 2014년 11월 18일 몇시 몇분 몇초는 내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럼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조금은 소중하게 느껴진다. 돌아오지 않을 20대일 뿐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매 순간이다.

이번 해 난이도 조절을 실패한 수능으로 수험생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우리 인생도 난이도 조절이 어려운 수능이다. 내가 원하는 때에 좋고 힘들 순 없지만,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순 있다. 그렇게 지나고 나면 웃으면서 회상하는 학창시절만 같지 않을까.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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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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