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에 반영하는 전공평가점수에 학생들 ‘우왕좌왕’
장학금에 반영하는 전공평가점수에 학생들 ‘우왕좌왕’
  • 임수현·권혜진 기자
  • 승인 2015.04.04 15:52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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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활동 참여 강요하는 수단 되기도

A(체육교육·2) 씨는 장학금을 타려면 20%가 충족돼야 하는 전공평가점수를 얻으려 개강·종강 총회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A씨는 “교내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싶지만 성적 장학금을 받고 싶어서 때때로 반강제식으로 참여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교내 장학금 선정기준이 학과(학부)마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어 학생들이 혼란을 빚고 있다. 교내 성적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학기성적과 공인영어성적 외에도 전공평가점수가 반영되는데, 각 과마다 기준과 비율이 상이해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또 전공평가 점수를 장학금 선정 기준에 포함하지 않는 학과도 있는 상황이다. 전공평가점수는 학기 시작 전 각 학과(학부) 교수회의를 통해 정해지며 이때 교수가 자율적으로 상세 기준과 비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평가 반영에 대해 장학팀 관계자는 “각 과별로 1년에 한 번씩 교수평가를 통해 정해진 기준표에 따라 장학금 대상자를 선별해낸다”며 “해당 과마다 전공평가 반영기준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과 특성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대부분을 허용하고 있지만, 간혹 적절하지 않은 경우 평가 정도에 따라 조정을 요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에서 전공평가 점수를 반영하는 학과는 총 33개 학과이며, 천안캠퍼스의 경우에는 18개 학과가 전공평가를 반영하고 있었다.

공연영화학부의 경우 모든 과가 10%의 전공평가를 반영하고 있는데, 공연영화학부 조교 A씨는 “공연영화학부는 학과 특성상 무대 활동이나 함께 집단적으로 해야 하는 과목이 많기 때문에 정기 모임이 많은 편이다. 교내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피해를 줘 장학금 지급 선별 기준에도 포함하게 됐다”고 전했다. 상세기준에는 △학부 개강·종강 총회 참여 △대청소 참여 △배우 및 스텝으로 학기 내 공연 참여 등이 각기 다른 비율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자신의 과가 전공평가를 반영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B(고분자공·4) 씨는 “장학금 선정에 전공평가점수가 반영되는 비율과 그 이유를 정확히 공지해줘야 한다”며 “타과의 경우에는 교수 임의로 과 행사까지 평가에 반영하기도 하는데 이는 학생의 자율적인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분자공학과는 전공평가가 10%의 비율을 차지하며, 학과발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점수를 반영한다. 이에 황석호(고분자공학) 교수는 “성적장학금이라고 해도 성적만으로 그 학생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학과 활동을 도맡아하며 학교 일에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과대표 활동이나 교내 활동의 참여도를 평가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학년별 기준이 다른 법학과는 전공평가에 수업성적을 반영해 1학년은 법학입문 교과목 취득성적이, 2학년은 법학멘토링 교과목 취득성적이 반영됐다. 송동수(법학) 교수는 “학생들이 법학공부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과목 수강을 통해 영어와 한자실력을 함양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계할 수 있다고 보아 장학금지급 기준에 포함시켰다”는 의견을 보였다.

천안캠퍼스 또한 각기 다른 전공평가 반영비율을 보였다. 생활체육학과의 전공평가점수는 20%이며, △MT △출범식 △체웅제 등에 참가할 시 기본점수에서 가산점이 주어진다. 강현욱(생활체육) 교수는 “중요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 필요한 정보를 듣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이다”고 언급했다.

언급된 기준 외에도 학과마다 다양한 전공평가점수의 반영기준이 존재한다. △전공 자유선택을 제외한 과목의 성적 △해당학기 전공 6학점 이상 수강 및 수강 전공평균 B+ △체육대회 △해당학기 전공점수 평균으로 산정 △조교평가 △학과기초, 전공선택, 전공필수 과목의 평점 △학술제 참가 등이 있으며 성적장학금에 반영되는 비율은 5%에서 20%까지 학과별로 차이가 있다.

윤소영(분자생물·3) 씨는 “전공평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과마다 각기 다르게 반영돼 피해를 입는 학생이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장학금을 빌미로 반강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전공평가제도에 대한 개선을 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한, 차의태(토목·4) 씨는 “학교행사 독려가 중요한 건 알지만, 피해학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확한 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학생팀 윤응구 팀장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활동은 참여를 하도록 해야 하지만 전공평가가 악의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전공평가 항목에 학생들의 학업에 도움이 되는 세미나나 토론 모임 등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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