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이라는 낙인에 상처받는 ‘다른’ 이들
‘틀림’이라는 낙인에 상처받는 ‘다른’ 이들
  • 김보미
  • 승인 2015.04.05 14:28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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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리 대학 성소수자 모임에 대한 기사를 취재했다. 취재과정에서 취재원이 기자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되고, 이는 외부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혀지는 것)’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 어떤 기사보다도 조심스러웠다.

보도기사(3면)에는 미쳐 다 쓰지 못했지만, 인터뷰 후 추가적으로 ‘성소수자 모임 활동이 도움이 됐던 점’과 ‘신문을 통해 회원 등의 목소리가 재학생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회원들의 설문을 취재원에게 요청했었다. 익명으로 받아본 우리 대학 성소수자 학생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진솔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선 대부분 공통된 답변들이 나왔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형성됐기에 공감과 동질감, 안정감 및 사회적 욕구가 충족됐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두 번째 질문에서는 보다 다양한 당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학내에서 공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수렴되지만, 우리 대학 성소수자 학생들이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말은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우선 C씨는 “성소수자들에게 성적인 질문을 하는 것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성소수자’하면 곧 에이즈와 같은 성병, 문란함 등을 떠올린다. 이런 시각은 얼마 전 단쿠키에 게시됐던 성소수자 동아리에 대한 허위묘사 글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취재원 B씨는 “모든 이성애자들이 ‘밝히지’ 않듯,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성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성소수자에게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D씨는 “동성애는 선택이 아닌 타고난 성향의 문제이며, 다름이 곧 틀림은 아님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동성애자임을 부정하려고 애썼으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성향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D씨의 글에서 그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졌다. ‘보편적이지 않은’ 성향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했을 그가 “우리 같은 사람들도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을까.

끝으로 E씨는 신입생 모집 대자보가 찢겨졌던 것에 대해 “우리는 여러분과 매우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며 “성소수자는 괴물도, 정신질환자도 아닌 조금 ‘다른’ 사람이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취재원 A씨와 B씨 또한 “찢긴 대자보를 봤을 때 속상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취재원 A씨와 B씨는 대학생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퀴어 문화행사로 ‘KQFF(퀴어 영화제)’와 6월의 ‘퀴어 문화 축제’를, 인권에 관심 있는 학생을 위한 행사로 ‘LGBTI 인권포럼’을 추천했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소리 높여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를 모른 채 무시하기보단, 한 번쯤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보미
김보미

 spring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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