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이 사라지는 대학로… 문화 성장을 위한 제도 뒤따라야
소극장이 사라지는 대학로… 문화 성장을 위한 제도 뒤따라야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04.14 15:42
  • 호수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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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내쫓는 탁상행정
▲ 지난 5일 대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대학로극장’의 내부공연장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그런데 최근, 문화지구 선정이 공연예술을 특화시켜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소극장 활성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정 이후 2004년 당시 46개였던 극장의 수는 불과 3여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 기준 140개가 넘는 극장이 집중되면서 문화단지가 조성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활력에 힘입지 못하고 최근 소극장이 하나 둘 씩 문을 닫기 시작하며 문화지구 선정에 부작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5일 대학로의 상징인 ‘대학로극장’이 개관 28년 만에 계약 만료로 문을 닫았다. 치솟는 임대료에 수익을 맞출 수 없어 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대학로극장’의 前대표 정재진 씨는 극장이 폐관한 이유에 대해 “월 150만 원이었던 대관료가 10년 만에 340만 원까지 올랐다”며 “100만 원을 더 올려달라는 요구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지구로 지정한 취지와는 달리 탁상행정식의 지원 대책이 겉돌아 대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다.

건물에 대한 제세감면은 소극장 운영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실제로 대학로 문화지구 선정 이후 공시지가(건설교통부가 책정한 가격)가 1년 만에 16.5% 상승했고, 이러한 추이는 해마다 지속되며 대관료 상승으로 이어져 소극장의 자리보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극장간 경쟁으로 인해 치솟은 땅값은 소극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물주의 주머니만 불리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물과 호객행위 난립도 운영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대학로 문화지구 선정은 건물주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 소극장을 임대해 살아가는 다수의 가난한 연극인들은 오히려 이로 인해 쫓겨나고 있다”며 “연극 활동을 실질적으로 장려하는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치솟는 대관료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소극장의 자리엔 대기업들의 커피숍, 음식점, 대형극장이 대신하고 있다. 소극장의 다채로운 공연들로 연극의 메카를 이뤘던 대학로는 돈이 되는 대형 공연, 상업성과 대중의 기호만을 강조하는 유명 공연만이 성행하게 됐다. 라이어를 보기 위해 대학로 해피씨어터를 찾은 지나영 씨는 “대학로에 와서 소극장에서 하는 이름 모를 공연보다는 시설 좋은 극장의 유명한 공연을 찾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세태에 수긍했다.

높은 땅값으로 인해 색깔 있는 소극장이 거리로 내몰리며, 연극의 중심지였던 대학로가 대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연극의 활성화라는 취지 아래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선정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쫓겨나는 소극장을 보며 정책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뒤따라야 대기업이 활성화된 곳이 아닌 다채로운 연극이 활성화된 진짜 문화지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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