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특집]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사회 특집]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 특집부
  • 승인 2015.09.01 17:25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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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인권캠프의 주제였던 장애/성/노동의 환경에서 차별 받는 당사자의 입장이 돼 생동감 있는 목소리로 차별현장을 묘사해봤다. 가상의 인물 장애인 A양, 성소수자 B군, 비정규직 노동자 C군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맞닥트린 사회적 차별을 함께 체험해보자.     <편집자 주>


● 장애인 A양
저는 생후 10개월에 뇌성마비 2급 진단을 받았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답니다. 사실 오늘은 저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에요. 처음으로 서류 심사를 통과해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거든요. 무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30여 곳이 넘는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들 비슷했어요. 휠체어를 타는 제가 입사할 경우 큰 비용을 들여 휠체어 통로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거였죠.
20년이 넘도록 휠체어를 탔지만, 휠체어를 타고 거리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여러분의 생각 이상으로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 제가 면접을 보러 가는 회사는 집에서 버스로 불과 세 정거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버스라는 높은 벽은 항상 저를 주눅이 들게 합니다. 마침 저상버스가 오네요. 저상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승차시킬 때 차체가 버스 출입구 쪽으로 기울여져 발판이 나오는 구조로 되어있어요. 이때 버스정류장 턱이 높으면 발판이 턱에 걸려 승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 정류장은 다행히도 그렇지 않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역시나, 기사님이 작동법을 잘 모르고 계셨군요. 정류장에서 멀뚱히 서 있는 저와 버스 한 대. 그리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잔뜩 성난 목소리 하나. “아가씨, 미안해요. 다음 버스 타요”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문은 닫히고, 이내 버스는 시야에서 멀어져갑니다.
누구를 위한 저상버스인지, 누구를 위한 ‘대중’교통인지.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들떴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고, 손에 꼭 쥔 서류봉투가 왠지 서글피 느껴집니다.

● 성소수자 B군
만나자마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어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달콤한 로맨틱 영화를 보고, 헤어지기가 아쉬워 달빛 아래 입맞춤을 나누는 커플.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여느 연인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 커플이 동성 연인이라면?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았는지.
나는 내가 동성애자일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생각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친구를 만난 이후로 같은 남성에게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하기까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사회의 편견과 차가운 눈초리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우리의 관계를 밝히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 부모님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다. “너 남성스럽잖아, 근데 왜?” “그거 자연스럽지 못한 거 아니야?”… 같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사랑하겠다는데 어떤 이유로 이다지도 많은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왜 누군가에게 상처와 충격을 줘야만 하는지.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차별금지법이 아직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며 우리를 ‘틀렸다’고 손가락질한다. 이 고독한 외침이 언젠가 메아리가 되고 무지개가 되어 세상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 비정규직 노동자 C군
대학을 졸업했다. 아무리 실업자 100만 시대라지만, 이 넓은 세상에 내가 할 일 하나 없으랴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다. 결국 졸업 후 1년이 넘도록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전전하다 우연히 얻게 된 기회를 통해 은행에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하게 됐다.
비정규직은 여러 가지로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각종 복지카드와 할인혜택 등의 직원복지 면에서 그러했고, 임금뿐 아니라 성과보수 등에서도 때에 따라서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때가 잦았다.
어느 순간부터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뽑히는 것은 바늘구멍에 낙타 넣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약직은 정규직 채용이 되면 그동안의 근무 기간을 인정해줘야 해서 신입사원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회사 측에서는 경력은 없지만 스펙이 높은 신입사원들을 뽑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희망 때문일까.
매년 계약종료와 함께 해고를 통보받는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불안감과 좌절감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영어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번에 회사에서 내민 계약서에는 역시 1년의 계약 기간이 명시되어 있다. 비정규직의 굴레는 생각보다 억세며, 매년 좌절되는 현실 속에서 희망은 그 빛을 잃어간다.

특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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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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