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군기문화, 악습으로 이어져
학내 군기문화, 악습으로 이어져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12.01 15:04
  • 호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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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간 상명하복식 수직적 관계 벗어나야

과거부터 일부 학과에서 제기됐던 학내 군기문화가 아직까지 뿌리 뽑지 못한 악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우리 대학 커뮤니티의 한 제보 글이 화두에 올랐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군기문화가 행해지고 있던 A학과의 현장이 묘사된 것이다. 졸업한 학과 선배와 학생회 집행부를 중심으로 머리를 감은 술을 사발에 담아 신입생에게 마시길 강요한 ‘사발식’이 진행됐다. 

A학과의 재학생 B씨에 따르면 지난 2월 2박3일로 진행됐던 학과 오리엔테이션의 둘째 날, 레크레이션 후 뒤풀이가 이어졌다. 50여명의 신입생이 원으로 빙 둘러앉자 학생회 집행부가 맥주와 소주를 비롯한 각종 음료를 대형 플라스틱 통에 쏟아부어 폭탄주를 제조했다. 이후 졸업선배를 포함한 학과 선배들이 차례로 폭탄주에 머리를 감거나 세안한 후 이를 사발로 퍼 돌려가며 신입생들에게 마시길 강요했다. 

B씨는 “‘못 먹겠으면 먹지 말라’는 말이 오갔지만 내가 먹지 않으면 옆에 앉은 동기가 더 먹어야 해서 억지로 술을 들이켰다”고 분노했다. 이어 “2016년도 새내기 입학을 얼마 안 둔 이 시점, 고질적인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A학과 학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자리를 비워 상황에 대해 몰랐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뒤풀이 자리로 돌아온 뒤에는 이미 신입생들이 폭탄주를 마시던 중이었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신입생들에게 사과를 전하고 폭탄주를 모두 버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B씨에 의하면 오리엔테이션에선 사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형 플라스틱 통들의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신입생들에게 술을 마시길 강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에도 음주 강요는 끊이지 않았다. 여학생끼리 모여 단합을 다지는 ‘여학우 모임’에선 A학과 선배가 신입생에게 ‘마음에 안 드는 후배가 있으니 술로 죽이겠다’고 출석과 음주를 강요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가중되자 A학과 학회장은 지난달 23일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SNS를 이용해 단체 문자로 처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A학과의 한 학생은 “논란을 덮기 위한 형식적 사과로 보인다”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학생회 집행부들 사이에 ‘누가 제보했냐’, ‘○○○ 아니냐’와 같은 뒷말이 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올 초 잘못된 군기 문화로 진통을 겪었던 공연영화학부에선 올바른 선후배 문화형성을 위한 개선의 노력이 엿보였다. 공연영화학부 안영민(뮤지컬·2) 학생회장은 “학생회나 동아리 같은 소규모 모임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대하는 태도를 개선하고, 학과 교수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군기 문화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악습에 대한 선배들의 자각이 우선시 돼야 하며, 선후배간의 관계가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죽전캠퍼스 제47대 총학생회는 현재 학과별 군기문화와 관련해 익명으로 추가 제보를 받고 있다. 총학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데, 임기가 마무리되는 12월 한 달 동안 총력을 기울여 군기 문화와 관련된 사건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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