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교육철학으로 자생하는 대학을 꿈꾸며
확고한 교육철학으로 자생하는 대학을 꿈꾸며
  • 이시은 기자
  • 승인 2016.03.29 17:22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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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조선 주둔군을 죽인다고 달라지는 게 있긴 합니까”라는 질문에 안옥윤은 답한다. “알려줘야지. 우린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영화 <암살>의 대사 중) 

고작 몇 사람의 활동이 조국의 독립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작은 노력마저 하지 않으면 부당함에 맞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꼴. 때문에 개인의 소신을 지키며 목소리 내는 이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꼭 필요하다.

본지의 2면 기획보도에서는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대학가의 현주소를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에서 프라임 사업 반대 운동을 펼치는 학생단체 ‘아구아’를 비롯해 관련 타 대학 사례로 학내 의견이 분분해 논란의 중심에 선 A대학과, 대학 측이 카톡으로 학과구조개편을 통보해 원성을 샀던 B대학까지…. 대학 당국의 일방적인 구조개혁 진행에 대응하는 전국 학생단체들의 행보에서 영화 <암살>이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30일, 정부는 청년 실업과 학령인구 감소의 대응책으로 3년간 총 6천억원을 지원하는 프라임 사업 확정안을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은 사회의 산업 수요를 중심으로 학사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을 포함한 다수의 대학에서 학문단위조정이 조속히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소통 부족으로 많은 원성을 샀다.

이에 우리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학문단위조정에 대해 “프라임 사업이 아닌, 캠퍼스가 통합된 이후 양 캠퍼스 간 중복학과 조정을 위한 이동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폐과로 인해 더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 학과의 경우, 해당 학과 재학생이 원한다면 졸업까지 수업권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프라임 사업’이 아닌 ‘코어 사업(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코어 사업은 지난 17일에 최종 탈락했다.

서로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어 그 예민함에 대학이 들끓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을 거듭하며 밤을 지새웠다. 대학과 학생 모두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에선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한 가지만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프라임 사업이든, 코어 사업이든 정부 주도의 사업에 대학이 응하는 것 자체가 옳은가 하는 것이다.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우리 대학이 서로 너무나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사업을 함께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보다 명확한 대학교육 철학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기자 역시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대학이 무엇보다 ‘학생과의 원활한 소통’과 ‘뚜렷한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길 바라는 마음을 품어본다.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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