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교 1, 2학년생을 중심으로 ‘대2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2병이란 적성에 대한 고민과 취업 스트레스로 무기력을 느끼거나 방황하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을 사춘기 중학교 2학년생에 빗대어 부르는 신조어다. 인터넷상에선 ‘대2병 진단표’까지 떠도는데, <표>의 총 10개 문항 중 5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대2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 대학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주 1, 2학년 재학생 50명을 대상으로 ‘대2병 자가진단’을 실시한 결과 본인이 대2병에 해당한다는 응답이 56.9%에 달했다. 진단 문항 중 특히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중고생을 보며 “저 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진로에 대해서 끝까지 고민하지만 결정하지 못한다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자가진단에 참여한 이상준(철학·2) 씨는 “전공 공부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무기력을 겪고 있다”며 “사람을 알고 싶어서 철학 전공을 선택했으나, 실제로 공부해보니 철학의 주된 관심은 인간이 아니라 세계였다. 또한 한국에서 철학이 갖는 학문적인 한계를 경험하면서 전공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유현실(상담) 교수는 이러한 대2병의 원인을 “세상을 관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어른이 됐다는 자각은 있으나 삶의 지표가 설정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대2병을 이겨낼 방법으로 “가까운 것부터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 회복 등 삶에서 보람을 느끼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한다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암울한 취업 시장도 대2병 확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4.1%로 명목실업률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었다. 실업 상태에 빠져 고통 받는 청년이 120만명에 달한다. 이런 현실 탓에 고학년이 주로 느꼈던 취업 스트레스가 저학년에까지 전이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런 무기력이나 불안감은 더욱 나은 미래를 위한 추진력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시작하자. 그것이 진로나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열심히 달리다보면 언젠간 다시 20대의 활기를 되찾은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