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개발로 인간의 영역이 좁아지더라도, 예술만큼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자부한다는 고주안(서양화·13졸) 동문. 그는 서양화 중에서도 신표현주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현재는 콤플렉스나 트라우마, 사회 혹은 개인적인 환경 및 생각에서 오는 심리적 요인들을 해소해줄 ‘낙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필자 주>
고주안 씨는 화가의 역할을 ‘작품을 통해 개인의 감정과 문제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으며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대답에선, 화가로서의 자부심과 그림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이어 “놀기를 좋아해 학교에 안 가도 작품활동을 소홀히 한 적은 없다. 예술 작업은 내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며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고 자아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말을 통해 그가 화가의 길로 접어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 고 씨에게도 화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했다. “돈을 벌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분명 있었다”고 토로했지만, 그럼에도 그림을 그만두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것 같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졸업 후엔 사기를 당해 생활고에 시달려 친구들한테 돈을 빌리기도 했다는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금전적인 부분을 충족하려면 결국 생활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다”며 예술가의 길을 ‘외로운 길’이라 칭하는 이유를 털어놨다. 고 씨가 꼽은 화가의 직업적 단점 역시 금전적 문제였다.
이어 화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인내심이라며 “많은 작가들이 자기복제를 통해 비슷한 느낌의 시리즈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보면 매너리즘이나 소재주의에 빠지게 되는데, 이것을 극복할 최고의 방법은 시간”이라고 답했다. 이를 이겨내면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이어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소재주의에 빠지는 것은 곧 매너리즘과 연결되기에 예술가라면 주의해야 한다. 그는 소재주의를 “새롭고 자극적이며 충격적인 작업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계속 그 소재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 씨는 오는 7월 1일부터 9월 1일,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열릴 개인전 준비에 한창이다. 다음달에는 추상 미술 단체전이 계획돼 있다. 그간 준비했던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부담이 크다는 그는 “무엇보다 개인전에선 작업 세계관과 개인의 역량이 드러나 더욱 부담된다. 또한 작품의 배치와 전시공간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 관객들에게 작품과 작가의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화가로서 그의 목표는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연구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끝으로 고 씨는 “현시대에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하지만 기업들과의 협업, 공모전, 여러 예술가가 닦아 놓은 길이 잘 마련돼 있어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술의 길을 걸을 후배들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