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탐구⑦ 가을

가을, 시작: 가을 노래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09.06l수정2016.09.06 15:10l1413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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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분다>가 수록된 이소라 6집 ‘눈썹달’

지난 여름은 참으로 무더웠다.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더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언제였던가? “가을, 시작”을 외친 것처럼 여름이 갑자기 가을로 바뀐 것이다. 2016년 8월 26일, 그날 나는 그림일기(instagram)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라고. 그래, 그렇게 가을이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일주일 후, 드디어 우리는 개강을 맞이했다. 아마 앞으로, 간 줄 알았던 여름이 시시때때로 우리를 엄습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느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 속에 가을, 가을 공기, 그리고 가을 냄새가 있음을 말이다. 가을은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대중가요에도 ‘가을’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다.


광복 이전에 나온 노래 중에도 제목에 가을이 들어가는 노래가 많은데, 감상, 추억, 센티(sentimental), 황혼, 외로움, 눈물, 비, 바람, 달 등의 어휘를 연결해서 제목과 가사 등을 만든 노래가 많았다. 초창기 대중가요에서도 가을은 상대적으로 쓸쓸하고도 외로운 감정을 불러오는 계절이었던 것이다. 노래가 많은 만큼 크게 유행한 노래가 있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 애창되는 노래는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로 시작하는 고복수의 <짝사랑>이 거의 유일하다. 광복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 가을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도 그 이전 시기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애상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명국환의 <아 가을인가요>와 남인수의 <가을인가 가을>처럼 가을은 여전히 “어쩐지 외롭”고, “어쩐지 슬퍼지”는 계절인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가을과 관련된 노래가 방송 등을 타고 들려오곤 한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가을 노래들이 라디오 방송 여기저기서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 가을과 관련된 노래들은 조금 다양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존의 노래들과 마찬가지로 ‘조락의 계절’인 가을에 맞게 이별과 슬픔 등을 담은 노래가 많은 가운데, 가을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담은 노래들도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로 시작하는 최양숙의 <가을 편지>는 듣는 이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그리고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누군가에 편지를 써서 보내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은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려봤을 듯한 노래이다. 어느 가을날 아침의 평화로운 일상을 재미있게 묘사한 양희은의 <가을 아침>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라고 하며 가을을 긍정한다. 비록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이 밉다”고 말하나,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도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을 지날 때면 ‘설렘’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이다.


하지만 대중가요에서 가을은 역시 대부분 이별과 슬픔과 애상의 계절로 그려진다. 패티김의 <9월의 노래>가 그러하고, 신계행의 <가을 사랑>이 그러하고,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이 그러하다. “찬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로 시작하는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을 들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경험을 한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이나 유열의 <가을비>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가을에 우리의 마음의 여러 감정들이 몰려와 때로 우리를 우울하고 쓸쓸하게 만드는 것은 ‘일조량의 감소’ 등 가을 특유의 기후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가을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있어 우리를 대신해서 울어주고 우리를 위로해주니 말이다.


가을하면 ‘바람’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그래서인지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떠오른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가 들려올 때면 가슴이 턱하니 막히면서 눈물부터 핑 도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분다>를 들으며, 폴 발레리의 시구절,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가 이어서 생각나는 것을 보면 생의 의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힘이 세다. 오죽하면 방미도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에서 “홀로 가는 길은 너무 쓸쓸”하다며,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라고 애절하게 외쳤겠는가!


김남조의 시 <가을의 기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가을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사랑하게 하옵소서”라고. 찬바람이 불고 외로워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온기와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을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안 그러면 가슴에서 바람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이 가을, 비어가는 가슴을 참사랑으로 채워도 좋을 일이다. 가을, 다시 시작이다. 부디 그 시작이 소란한 ‘휑함’이 아니라 고요하여 다시 채워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텅 빔’이기를. 거기에서부터 우리, 다시 시작하기를.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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