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⑧. 고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를 : 고향 노래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09.13l수정2016.09.20 14:38l141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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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역>이 수록된 나훈아 7집 ‘신가요’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고향을 찾아 이동을 시작할 것이다. 고향! 고향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아마 사람마다 제각기 고향에 대해 다른 관념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누군가에게 고향은 더 이상 의미 있는 공간으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고 고되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1970년대, 1980년대까지도 ‘고향’은 대중가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였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과 휴전 등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195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 향도(移村向都) 현상이 심화됐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고향’과 관련된 많은 노래들이 양산됐다.  


광복 이전에 발매된 약 4천곡의 대중가요 중 제목에 ‘고향’이나 ‘타향’이 들어가는 노래로는 약 100여곡 정도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가사에 고향이나 타향 등이 등장하는 노래를 찾으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타향과 타국으로 떠돌던 시기이다.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어쩌면 그 시대를 살던 모든 사람들이 ‘타향살이’ 신세였다고도 본다. 그래서인지 그때 나온 고향 관련 대중가요 중에 오늘날까지 불리는 절창이 있다. 


1934년에 고복수가 노래한 <타향>은 노래의 첫 소절을 따서 <타향살이>란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노래가 발매됐을 때부터 오늘날까지도 애창되는 노래 중 하나이다. 27살의 나이로 요절한 작사자 금릉인이 고향을 떠나 10년 넘게 표박 생활을 하며 자신이 느낀 애틋한 향수를 노래한 <타향살이>는 당대는 물론 후대의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고 그들을 위로했다. 1970년대 은희, 송창식, 박인희 등이 노래했던 <산골짝의 등불>(산속의 집)은 원래 1933년에 발매된 <When it's lamp lighting time in the valley>라는 미국 컨트리 음악의 번안곡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노래의 번안곡이 1936년에 김연월의 노래로 발매된 것을 확인했다. 가사는 고향의 집과 거기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복 이전에 발매된 고향 관련 노래들이 식민지 시기의 아픔을 핍진하게 드러내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면, 광복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의 고향 관련 노래는 전쟁과 휴전의 상흔을 담아 대중을 위로했다. 1970년대에 홍민의 노래로 알려진 <고향초>는 원래 1948년에 송민도의 노래로 처음 발매됐다. 이 노래는 “남쪽 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날으면”이라는 첫 소절부터 아련한 향수를 불러온다. 현인의 노래로 1949년에 발표된 <비나리는 고모령>은 징병이나 징용으로 멀리 떠나는 자식과 그의 어머니가 이별하던 장소로 알려진 대구 ‘고모령’을 배경으로 하는 노래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을 아픔처럼 간직하고 살아가는 실향민의 고향을 노래한 <꿈에 본 내고향>(1954년)도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라는 그 첫 소절부터 마음이 짠해지는 노래이다.


1960년대 이후에도 수많은 고향 관련 노래가 인기를 얻었다. 어쩌면 나훈아는 ‘고향’과 관련된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른 가수라 할 수 있는데, <고향역>, <머나먼 고향>, <감나무 골>, <녹슬은 기찻길> 등이 모두 그가 부른 고향 관련 노래이다. 이른바 ‘고향 노래 전문 가수’로도 불리는 김상진도 고향 관련 노래를 많이 불렀다. 다소 여성스럽게 들리는 독특한 창법이 매력적인 그는 <고향이 좋아>, <고향 아줌마>, <고향 하늘> 등을 불렀다. 그런데 이 시기부터는 대중가요 속 고향이 조금 달라진다. 여전히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고향이 좋아>)라고 외치는 가운데, 명국환의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처럼 미국 서부 영화에 나올 법한 이국적인 고향도 등장한 것이다. 


1980년대에 오면 고향에 대한 정서가 더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민중가요 노래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정규 음반에 실린 <갈 수 없는 고향>(1984)과 한영애의 솔로 정규 1집에 수록된 <완행열차>(1985) 등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시대 정서를 담아 애절하게 담아내는 한편, 윤수일의 <제2의 고향>처럼 고향을 떠나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도시를 ‘제2의 고향’이라고 긍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타향조차 고향이 되어가는, 기존과 달라지는 정서 등을 고향 관련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가위! 고향에 가기 싫은데 가야 하는 사람이 있고,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있고, 아예 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한가위에는 그저 모두에게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함께 하기를. 부디 소외되는 사람들 없이, 이 날 하루만은 모두 보름달처럼 둥글둥글 하기를…. 그 보름달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환한 빛으로 밝혀주기를…. 그렇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를 바란다.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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