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쒀서 남 주는 대한민국

남성현 기자l승인2016.09.27l141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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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대학진학률, 세계적 과학 인프라를 자랑하는 반면 연구자·과학자의 국가 호감도 통계에서 36개국 중 34위를 기록해 심각한 Brain drain(고학력 인재 해외유출) 현상에 시달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최고수준의 인프라를 겸비했지만, 연구원들은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해외로 진출하기 급급하다. 한국 이공계의 실정은 어떠한가?


국내 연구원으로 생활하려면 수많은 역경을 견뎌내야만 한다. 대학 졸업 이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오랜 기간 연구를 위해 학업생활에만 정진해야 한다. 학위취득을 해도 이공계 교수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푸줏간에 가도 김 박사가 있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미 한국에는 학위 취득자가 많아 웬만한 스펙으로는 연구계에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다. 게다가 남자들의 경우 ‘군 복무’라는 공백이 치명적인만큼 해외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취직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는 Brain drain 현상으로 이어진다.


본지 1412호 11면 ‘화요시선’에서 다뤘던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는 그동안 군 복무 부담에 따른 Brain drain 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꿈을 향해 앞으로도 수십년을 인내해야 하는 대학생 처지에서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제도였지만 국방부는 해당 제도 폐지를 추진 중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연구원들이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 국내 연구소에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되는 연구만을 추구해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와 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는 연구소 시스템에 크게 실망해 이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 인력이 국내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현 상황은 ‘죽 쑤어 개 준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연구인력 양성을 중시하는 정부는 어째서인지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기업체는 수익 창출에만 초점을 맞춰 투자하고 있다. 오늘도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은 한국의 ‘김 박사’는 모국을 등지고 여객기에 몸을 싣는다.


대학생들은 결코 돈을 좇는 연구원을 꿈꾸지 않았다. 그저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성과를, 모순된 불혹들의 진리를 밝히는 연구원을 꿈꾸며 긴 세월 학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세월의 끝에서 그들을 기다린 건 공익을 위한 연구가 아닌 이윤창출을 위한 연구였다. 기초과학연구보다 기술개발과 이윤창출에 투자하는 정부와 돈이 되는 연구 성과를 단기간에 수행해야 하는 기업 산하 연구소 사이에서 그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들은 무엇을 꿈꿨던가. 연구자의 본분은 ‘연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과주의와 이윤창출의 부담감에서 독립된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반복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연구자의 소명은 그들의 소박한 꿈으로 전락했다. 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의 본분이 아닐까.


남성현 기자  PDpot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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