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⑪ 노래가 된 시

시처럼, 노래처럼!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11.08l수정2016.11.08 14:42l141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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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치환 9.5집 ‘정호승을 노래하다’

지난달 13일이었다.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속보가 떴다. 미국의 가수인 밥 딜런(Bob Dylan)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가수로서의 그의 활약과, 그가 부른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 등의 노랫말이 지니는 가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중가요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일은 상상조차 못 했기에 그 소식은 놀람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엇갈리는 반응이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노랫말의 문학적 형상화에 관심을 지닌 채 그 부분을 연구해오던 내게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세상은 달라지고 있었다.


태초에는 시가 노래이고 노래가 시였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정확하게 언제 그 둘이 결별했는지 알 수 없으나 시와 노래는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왔다. 그 때문이다. 때로 노래가 시가 되고, 시가 노래가 되었던 것은. 사실, 처음에 대중가요 가사는 ‘가요시’라 불리기도 했고, 초창기 대중가요 작사가들은 김억, 박영호, 유도순, 이하윤, 조명암 등처럼 시인이나 극작가 등의 문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전문 작사가들이 등장했고 시와 노래는 분리되었다. 하지만 더러 어떤 시들은 노래가 됐으니, 그 대표적인 예를 보려 한다.


가장 많은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경우를 말하자면 바로 김소월의 시일 것이다. 김소월의 시는 그 정형성과 서정성으로 인해 노래로 만들기도 좋았고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오기에도 적합했다. 2000년대 초, 한 계간지에서 지난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시인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소월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현대시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김소월은 향토적인 이미지와 민요적인 전통을 계승한 수많은 시로 상처 입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민족 시인이다. 그러면 그의 시가 노래로 된 경우를 보자.


1968년에 신세기레코드에서 발매한 ‘가요로 듣는 소월시집’에는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 대거 수록돼 있다. 유주용이 노래한 <부모>와 <님과 벗>, 최정자가 부른 <님에게>와 <진달래꽃>을 비롯해서 <못잊어>, <왕십리>, <개여울의 노래> 등이 실려 있는 것이다. 코미디언 서영춘의 친형인 서영은이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부모>는 매년 어버이날이면 여전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표곡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로 시작하는 첫 소절부터 마음이 짠해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대중가요로 만든 대표적인 노래로 마야의 록 버전 <진달래꽃>을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진달래꽃>을 가장 먼저 대중가요로 만들어 부른 사람은 민요 가수 최정자일 것이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김소월의 시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노래로 만들어졌고, 작곡과 편곡에 따라 트로트, 록, 포크, 팝 등의 다양한 장르의 외피를 쓴 채 우리 곁에 다가왔다.


1970년대에도 김소월의 시는 자주 노랫말로 차용되었다. 정미조의 노래로 인기를 얻은 <개여울>, 배철수가 이끌던 록 그룹 ‘활주로’가 노래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라스트포인트’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인순이가 소속돼 있던 ‘희자매’의 <실버들>, 패티김의 <못잊어>가 대표적이다. 김소월의 시는 현대에도 종종 노래로 만들어졌는데 2010년에 발매된 음반, 박지만의 ‘그 사람에게’는 오로지 김소월의 시로만 10여곡을 채운 음반이기도 하다.


 김소월의 시 외에도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은 박인희의 노래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정만영의 시, <사랑>은 최헌이 <순아!(사랑)>라는 제목으로 노래했다. 유심초가 1980년에 노래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차용한 것이고, 송창식이 노래한 <푸르른 날>은 서정주의 시가 모태가 되었다. 아울러 대중가수 이동원과 성악가 박인수가 함께 불러 큰 호응을 얻은 <향수>는 정지용의 시 <향수>를 그 가사로 한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중에서 김소월의 시가 가장 많이 노래로 만들어졌다면, 현대 시인 중에서는 정호승의 시가 노래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 가난한 대학생의 결혼식 축가로 불러주기 위해 안치환이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우리가 어느 별에서>(1993년)는 시와 노래가 만난 아름다운 예가 될 것이다. 이후, 2008년에 안치환은 자신의 9.5집 음반에 정호승의 시 15편을 노래로 불러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온 세상이 소란스럽다. 사회, 문화, 정치면에서 그 어느 한 부분 조용한 곳이 없다. 심지어 문단계를 위시한 문화계 성추문 파문마저 계속 들려온다. ‘시같다’라는 표현은 가장 아름다운 무언가를 칭송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시같다’라는 표현이 욕이 되지 않도록 자정 작용이 필요한 때이다. 대중가요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대에, 우리는 퇴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질문할 때이다. 시와 노래의 만남이 계속 아름다울 수 있도록 우리 먼저 스스로 ‘아름답자’.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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