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딛는 모든 발걸음에 배움이 있기를

■ 김이삭(25) 씨 남성현 기자l승인2017.09.26l수정2017.09.26 12:33l143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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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0세 중반, 남들이 한창 취업을 준비할 때 홀로 미국 일주를 시작한 청년이 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꿈과 사인을 모으는 그. 옥탑방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며 전 세계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고 있는 그는 지금 두 번째 일주를 앞두고 있다. 자유롭게 젊음을 만끽하라는 유명인들의 말이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청춘을 즐기는 청년 김이삭(25) 씨를 동묘 앞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같은 20대, 그러나 너무나도 다른 청춘의 삶. 말 그대로 ‘YOLO(You Only Live Once)’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모스타르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김 씨

▶ 여행자, 사인 수집가, 옥상 게스트 하우스 주인……. 워낙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신문에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나는 그냥 내가 어떤 사람이다, 이런 건 솔직히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여행자라고, 어떤 사람들은 나를 옥상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알고 있다. 나는 김이삭이라는 사람이다.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사람.

▶ 20대 중반에 이미 66개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른 나이에 해외로 떠날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세계 일주를 하게 됐나.
평소 항공우주계열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NASA가 있는 텍사스로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 가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는데, 좋은 성적을 받아서 미국의 유명한 대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1년 학비가 4천만 원이라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우울증이 왔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갈 거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가자는 생각에 무작정 미국여행을 시작했다.

▶ 간단한 일이 아닌 만큼 집안의 우려도 컸을 것 같다.
당연히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높은 성적을 받았는데도 돈과 현실의 장벽에서 좌절하는 아들을 보니까 별다른 말씀을 못하셨던 것 같다. 사실 당시 상실감이 너무 커서 현실이 싫었고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찾은 것 같으니 방해만 하지 말아 달라, 방해하면 연락 안 할 거다’라고. 

▲ 함께 여행 중인 '삭삭이' 인형

▶ ‘사인 수집가’로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사인을 수집할 생각을 했나.
처음부터 사인 수집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군대를 전역할 때 부대원들한테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인해 주면 평생 가지고 있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나만의 프로젝트였고 나만의 기념품이었다. 사인을 수집하면서 미국 라디오 방송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고, 잡지에도 나오면서부터 유명해진 것 같다. 지금은 너무 거쳐 가는 사람이 많아서 잠시 멈췄다. 나중에 여행 떠나면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 사인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텐데,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 걸기는 어렵지 않았나.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다. 외국 드라마 보면 ‘Yo, What’s Up?’ 이러는데,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나는 자아가 두 개다. 한국말을 하는 나와 영어를 쓰는 나. 사람들이 영어를 쓰기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난 미국에 있고 영어를 써야 한다. 내가 당당하지 못하면 주눅 드는 거다. 주눅이 들면 자연스럽게 무시를 당한다. 당당할 필요가 있다. 영어를 못해도 당당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 중국 만리장성을 걷고 있는 김 씨

▶ 가본 나라가 많아서 정하기 어렵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
미국 일주를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한류문화인진흥재단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제안받았다. 사정상 외국으로 떠나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대신 만나주는 프로젝트였는데 한번은 한국으로 유학 온 몽골 유학생이 몽골에 있는 자기 가족들을 만나달라고 신청을 해서 몽골로 떠났다. 그런데 도착했을 때가 방학 기간이어서 몽골 학생이 이미 가족과 같이 있더라. 하지만 허탈하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었다.

▶ 그렇게 프로젝트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옥탑방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다고.
한국으로 귀국한 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책도 쓸 거고, 강연도 다닐 거고…. 그동안 계속 머무를 원룸을 찾던 중 어두운 밤에 허름한 옥탑방 하나를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야경이 장관이었다. 그래서 바로 계약했다. 이후 옥탑방을 예쁘게 꾸며 게스트하우스를 열어봤다. 나만의 공간에서 사람들을 모아 파티를 여는, 그런 소소한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사인과 꿈을 수집했다. 그렇다면 본인의 꿈은 무엇인가.
지난 3년간 매 순간이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사건 투성이였다. 여행할 때는 한국에서 옥탑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줄도 몰랐을 것이고, 이번에 두 번째 여행을 준비 중인데 이것 역시 예측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것.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되는 것이 꿈이다.

▶ 그만큼 본인에게 인연이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행할 때는 혼자 가지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점.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갈피를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나만의 가치관과 신념을 쌓아온 것 같다. 이해심도 많아지고 시야도 넓어지고. 세상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세상은 정말 거대한 도서관이고, 70억 권의 책이 있다는 거다. 나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 알바니아 쉬코드라를 여행 중인 김 씨

▶ 남들이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할 때 무작정 오랫동안 여행을 하는 모습을 마냥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나의 여행을 시간낭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행을 통해 남은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 가봤자 1년 정도 될 텐데 그래봤자 스물일곱 살이다. 그때 지금하고 있는 것들이 망하고 아무것도 없다 해도 그때의 나는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 스물일곱 살에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스펙이니까.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언젠가 따뜻한 색깔인데 어디에 딱 있으면 그냥 조용하게, 따뜻하게 밝혀주는 노란 불빛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두운 데 조용히 은은하게 밝혀주는 불빛. 그런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가 내려지는 것이 싫다. 그냥 난 얼마든지 성장하고 변할 수 있는 사람인데. 나만의 가치관이 굳건히 있지만 나는 그냥 다양한 사람이다. 무지개색이라고 하기에는 무지개색이 의미하는 바가 따로 있기 때문에 넓은 스펙트럼, 어떤 색이라도 낼 수 있는 프리즘이라고 말하고 싶다.

▶ 여행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젊은 우리 친구들이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을 때 미래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리니까 더 늦기 전에, 1년 만이라도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것을 1년만 해봐라. 그러면 방향이 보일 수도 있다. 진짜. 왜냐하면, 그 1년이 나를 바꿨기 때문이다.


Epilogue.
지난 1년간 수많은 고민과 후회를 해왔다. 같은 해에 입학해 같은 과로 들어갔지만, 홀로 겉도는 것 같아 무서웠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일일까 내게 수만 번 질문을 던졌다. 분명 기자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내게 그가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하지 말고, 그냥 그조차도 실패를 하더라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봐요. 자신을 믿어요. 1년이 뭐가 아까워. 지금 시작해도 스물세 살이잖아. 아직 젊잖아.”


남성현 기자  PDpot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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