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장학금 기준, 저도 알고 싶습니다
성적장학금 기준, 저도 알고 싶습니다
  • 장승완·이병찬 기자
  • 승인 2018.05.24 01:44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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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이 알기에는 먼 성적장학금 기준··· 학과 행사 참여 유도하는 데 사용되기도

천안캠퍼스 장학팀 박상찬 팀장
“빠른 시일 내 영어성적 환산 기준표
모든 학생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

 

우리 대학 재학생 A 씨는 지난 학기에 성적장학금을 받지 못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학점은 만점에 가까웠고 공인영어성적 또한 낮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과 사무실에 문의했지만 토익점수와 전공평가 점수가 낮아 그런 것 같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A 씨 학과의 성적장학금 선발 기준은 성적(75%), 영어성적(10%), 전공평가(15%)였다. 그런데 전공평가의 점수 산정기준이 조금 이상했다. 기준은 이러했다. ‘학과의 교과 및 비교과 활동에 참여하는 적극성을 구체적인 기준으로 평가함.’ A 씨는 적극성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공인영어성적에 관한 의문도 풀리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학점이 비슷하지만 토플을 응시한 학우가 성적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토익을 응시한 A 씨는 토익의 몇 점이 토플의 몇 점과 같은 급수인지, 자신의 점수가 몇 급에 해당돼 환산 점수로는 몇 점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이 또한 학과 사무실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정확하게 계산됐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했다.


현재 우리 대학은 성적장학금 선발 기준으로 성적, 공인영어성적, 전공평가를 두고 있다. 성적은 최소 70% 이상, 영어성적과 전공평가 각각 10%, 0% 이상 반영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성적과 전공평가에 대한 산정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전공평가의 경우 성적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학과별 특성을 고려해 마련된 기준이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학과의 경우 전공평가를 학과 행사 참여도, 기자재 관리, 특별 학과 활동 참여도의 3가지로 나눠 세부적으로 과실 청소 당번제, 다림판 교체 봉사, 유학생 도우미, 졸업쇼 도우미 등의 기준을 두었다. 무용과의 경우도 ‘작품발표의 참여를 통한 적극성’을 기준으로 두었다. 이런 전공평가 기준은 단체 행사나 실기·실습 등이 많은 예체능 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하지만 실제 전공평가가 학과 행사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구체적인 점수산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2018학년도 2학기 성적 장학생 선발 기준 현황을 보면 기준에 전공평가를 포함시킨 학과는 총 41개(죽전: 24개, 천안: 17개)다. 이 중 전공평가 세부 기준에 대동제, MT, 개강총회 등 학과 및 대학 행사 참여를 넣은 과는 16개, 구체적인 점수산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학과는 10개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 재학생이 상세한 기준을 알기 위해서는 학과 사무실을 방문해서 확인해야 한다.


한편 전공평가에 학과 행사 참여가 들어간 것은 재학생의 학과 참여도 변화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에는 개강총회, MT 등 학과 및 대학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에 재학생의 참여가 활발했지만, 점차 대학 내에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참여율이 저조해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학과 조교 B 씨는 “학과가 학문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학과 행사 참여를 통해 학과 학우 및 교수님들과 친분을 쌓고 학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공평가 기준이 갈수록 낮아지는 학과 참여도를 조금이라도 높여줘 학과가 침체되지 않게 해주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김수진(공공관리·2) 씨는 “재학생의 학과 참여가 활발하지 못해 예전보다 학과에 대한 애착과 선후배 간 유대관계가 약해진 것은 안타깝지만, 이를 성적장학금의 전공평가 기준을 통해 높이려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라며 “성적장학금은 성적으로만 판단하고 학과 참여도는 다른 방안으로 높이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캠퍼스 장학팀 박상찬 팀장은 “전공평가가 성적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학과별 특성을 보완해주고 일정 부분 학과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없애기는 어렵지만, 객관적인 정량평가 기준을 확대하고 성적 및 학과별 특성과 거리가 먼 전공평가 기준은 각 학과에서 지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TOEIC, TOEFL, TEPS, TOEIC Speaking, OPIc 등을 인정하는 공인영어성적의 시험별 점수 환산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영어성적의 환산 기준표가 학과 사무실에만 제공돼 재학생이 공인영어 종류에 따른 환산 점수나 본인의 영어성적에 해당하는 급수 및 환산점수를 알기 어려운 점 등 재학생의 알 권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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