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9월 2일 폐막하였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뒤를 이어 종합 3위를 달성하였다. 이번 아시안 게임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 그 하나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이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배하여 4위를 기록하였다. 베트남은 축구를 좋아하지만 남자 축구 대표팀의 그동안의 성적은 초라하였다. 이전 아시안 게임에서 베트남은 예선에서 3전 전패를 하고 예선 탈락하였다. 이러한 베트남 대표팀에 박항서 감독이 부임하여 파란을 일으키며 박항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 시작은 지난 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이라크와 카타르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하였다.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져서 준우승을 차지하였지만 이러한 성과에 베트남 국민들이 열광한 것이다. 또한 반짝 성적이 아니라 이번 아시안 게임까지 선전이 이어지자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감독에게 엄청난 신뢰와 사랑을 보내주었다. 지금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광고 모델이 박항서 감독이라고 한다. 박항서 감독은 어떻게 이러한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감독으로서 박항서 감독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겠지만 외국인 감독으로서의 장점도 존재한다. 선수들의 배경을 모른다는 것은 공정한 선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래 베트남은 남과 북이 갈등 관계에 있고 내부 문제로 인해 자국인 감독이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자신만의 리더십을 통해 베트남 축구의 성장을 가져 온 것이다. 이는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성공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반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야구 국가대표팀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야구 국가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여러 잡음이 들린 것이 사실이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병역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를 뽑았다느니 실력 있는 선수를 나이가 어리고 앞으로 기회가 많다는 이유로 선발을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다.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생각하면 이러한 문제 제기는 뼈아픈 지적이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병역은 선수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고 한국적인 상황에서 개별 선수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감독과 선수뿐만 아니라 해당 스포츠 구단도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다. 남을 이해해주고 공동체 의식이 높은 한국의 문화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공정한 의사결정은 그러한 문화적인 특성을 넘어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스포츠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는 선수의 실력과 팀에 대한 기여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는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공정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곳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기업의 경우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져야 하고 직원에 대한 평가에서도 사적인 감정이 배제되어야 한다. 선거에서도 공정한 투표가 필수적이다.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