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물 많이 마시기? 다른 음료를 찾아보기? 틀렸다. 카페인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른 활동을 해야한다. 커피에 든 카페인보다 치명적인 ‘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페인)’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의 행복을 까맣게 태워낸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으로 인한 역기능은 신종 우울증을 탄생시킬 정도다. 의욕을 저하시키고 현실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카페인’ 우울증. 이는 자연스럽게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를 동반하기도 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잡았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SNS가 왜 우리의 소통 의지를 삼켜버리는 걸까.
# ‘평범한’ 대학생 A
얼마전 A 씨는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카카오톡과는 다르게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과도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북은 A 씨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을 이용할수록 우울한 마음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명품가방으로 치장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또래의 일상을 보면 부러움을 떨쳐낼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형편으로는 하지 못하는 일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런 우울한 마음이 자신을 지배하면 괜히 게시물을 하나 더 올리곤 한다. 어떻게든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 B의 두꺼워지는 가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만7천 명이나 되는 B 씨는 자신이 가진 일적, 경제적 능력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팔로워들은 B 씨가 올리는 명품가방이나 좋은 식당 사진을 보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 모습은 SNS 속 B. 실상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모두 인스타그램에 올릴 게시물을 위해 쓰기 바쁜 취업준비생일 뿐이다.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인 척 자신을 꾸미다보니 팔로워가 모였고 그런 관심이 좋았던 그는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정말 누군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하며 최근 대인기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각한 증상에도 SNS를 그만두고자 하지 않는다. SNS 속 가상의 자신을 더 아끼며 오히려 SNS를 하지 않을 때 우울함과 공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 우리는 모두 관계중독
SNS가 ‘행복 경쟁’을 하는 곳인 마냥 모두들 자신을 과시하기 바쁘다. 경쟁은 승과 패가 있기 마련이니 패한 사람에게는 그 대가로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증 등이 따라온다. 타인과 비교하는 삶의 내면화가 열등감, 우울감을 수반해도 SNS를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관계중독’ 때문이다. 관계중독은 ‘사람 및 관계 또는 관계의 감정에 집착하는 상태가 돼, 자신이 이 일을 도저히 조절하거나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가 모든 일의 기반이 되는 사회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관계중독은, SNS 중독이나 의존성 인격장애로 발전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카카오톡을 매일 사용하는 김준민(중국어·3) 씨는 “상대가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는 1표시가 사라졌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을 때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며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지민(사회복지·4) 씨는 “페이스북을 그만둠으로 인한 관계 단절이 두렵고 SNS를 보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 돼버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 빛과 어둠의 공존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 온 ‘미투 운동’은 SNS의 순기능을 보여줬다.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에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변화시켰던 큰 움직임은 SNS상의 자유로운 소통이 아니였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미투 운동 외에도 SNS를 통해 어릴적 헤어졌던 쌍둥이 자매를 찾아내고, 외로움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던 사람이 SNS 친구를 만나 삶의 의지를 되찾기도 하는 순기능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가 행복의 기준으로 크게 작용하는 현대인에게, 부러움이 질투와 시기의 감정으로 탈바꿈 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 때문에 타인의 행복은 우리에게 불행이 되어 돌아온다. 결국 SNS는 우리에게 끝없는 불행일 뿐이다. SNS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행복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이 여러 경제 문제와 위기 상황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SNS 속 사람들은 행복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모두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변질돼가는 SNS는 그 빛을 잃어 우리를 깊은 우울함으로 인도한다.
# 마음의 병, 그 해결책은?
이렇듯 SNS가 관계와 감정에 점점 깊이 관여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SNS라는 원인을 가볍게 여긴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사회 속에서 영향력이 커진 소통의 장을 멀리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SNS의 악영향으로부터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SNS가 전체 일상을 보여주는 곳이 아님을 인지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송혁규(36) 씨는 “SNS가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을 모아놓은 공간임을 잊지 말라”며 “지나치게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SNS 속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전적인 방향을 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우울감이 한층 나아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방법은 적당한 절제이다. 누리 심리상담센터 한정민 소장은 “SNS와 아예 단절하는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느끼는 긍정적 소통은 즐거움을 주고 삶에 활력을 준다”며 ”다만 가상공간과 현실 속의 내가 괴리감이 느껴지거나 소통에서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순간이 온다면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끝이 있는 정보’ 습득이다. 독서나 문화생활과 같은 활동은 정보의 끝이 존재하지만 SNS는 습득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없다. 따라서 우리가 언제 끝내야 하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휴대폰을 쥐고 놓지 않는 것이다. SNS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끝이 있는 여가생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SNS 소통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손의 수치는 사람과 대화하고 눈을 맞추고 웃는 행동만으로도 확연히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소통을 하게 되면 SNS 우울증 치료뿐 아니라 긍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소모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속해 있는 사회 속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