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는 왕자님 ⑬ 루트비히 2세
꿈을 먹는 왕자님 ⑬ 루트비히 2세
  • 이주은 작가
  • 승인 2018.11.07 10:04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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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의 두근두근 세계사

디즈니 영화를 보면 시작하기 전, 로고와 함께 꼭 등장하는 성이 있습니다. 대부분 알고 있을법한 이 성은 독일에 실존하는 노이슈반스타인성을 참고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성을 만든 루트비히 2세는 1845년, 바이에른 왕국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왕국의 왕자라니,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이 펼쳐졌을 것 같지만 천성이 심약하고 공상을 좋아했던 루트비히에게 냉랭한 부모님과 임무와 책임만을 논하는 딱딱한 궁정은 차갑고도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집안인 비텔스바흐 가문은 대대로 정신병이 유전되어 내려오고 있어 앞으로의 정신건강 역시 염려되는 상황이었죠. (루트비히의 할아버지도, 동생 오토도 모두 정신병을 앓았습니다)

▲ 루트비히 2세
▲ 루트비히 2세

 

청소년기에 들어선 루트비히는 영웅시나 신화 같은 낭만적인 문학에 푹 빠져 직접 연극을 하기도 하거나 시를 낭송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이는 그가 18살의 나이에 바이에른의 왕으로 즉위했을 때에도 변함없었죠. 국민들은 젊은 왕의 즉위를 무척 반겼지만, 루트비히는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루트비히가 제일 좋아한 것은 예술, 음악, 문학 그리고 바그너! 음악가 바그너였죠. 오페라 로엔그린으로 유명한 바그너가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루트비히는 그를 바이에른으로 불러들여 후견인을 해주면서 빚도 다 갚아주고 바그너를 챙겨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네요!

▲ 노이슈반스타인 계획도
▲ 노이슈반스타인 계획도

 

예술을 사랑한 왕은 왕의 극장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셰익스피어부터 모차르트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공연을 올렸으며 직접 연극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왕의 일이라는 것이 단순히 멋진 의상을 입고 환상의 세계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기에, 왕에 대한 불만은 나날이 커져만 갔습니다. 더욱이 루트비히가 결혼도 하지 않고 귀족부터 당시에는 천하게 여겼던 배우에 이르기까지 젊은 남자들하고만 어울리자 왕이 동성애자라는 소문도 퍼져나갔습니다.


낭만적인 동화 속 세상에 대한 루트비히의 집착은 점차 심해졌습니다. 그는 나라가 전쟁에 패한 상황에서도 오페라 무대를 꾸미고 황금 마차를 만들어 타고 다녔으며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을 선망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베르사유궁을 가장 좋아했죠. 타국보다 바이에른에는 멋진 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 루트비히는 사비를 털어 세 채의 성을 지었습니다. 죽기 전 꼭 한 번 봐야 한다는 노이슈반스타인성, 린더호프 성, 그리고 베르사유궁을 그대로 본떠 지은 헤렌킴제 성이죠. 오늘날에는 엄청난 관광 수입을 벌어들이지만, 당시 국민들에게 루트비히는 쓸데없는데 신경이 팔린 정신 나간 왕이었습니다.


그렇게 루트비히는 정신병자로 몰려갔습니다. 당시 왕이 하던 일 중 ‘정신 이상증세’라고 일컬어졌던 행동들은 여름에도 코트 입기, 하인들에게 호화여행 시켜주기, 정치를 싫어함, 추운데 밖에서 밥 먹기 등이 있었습니다. 루트비히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워낙 정신병으로 유명한 집안의 왕이었기에 설득력은 떨어졌습니다. 오히려 신하들은 왕이 진료받은 것도 까먹은 것이라며 미친것이 틀림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886년 루트비히 2세는 폐위되고 동생인 오토가 왕으로 즉위하였습니다. 그리고 겨우 두 달 후, 유폐되어있던 루트비히 2세는 호숫가로 산책을 하러 갔다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가 정확히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매우 얕은 수심의 호수는 익사할 만한 깊이가 아니었고 왕의 몸에서는 죽음에 이르게 할 만한 외상은 없었기 때문이었죠. 생전에 루트비히는 ‘나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미스터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그가 바라던 대로 그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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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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