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11월 넷째 주 목요일)부터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이어지는 Holiday Season Sale 기간이다.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은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인 금요일이자, 그 세일이 시작되는 첫날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의 M 백화점에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부터 세일을 시작하여 장부가 흑자(黑字)로 기록되었다는 유래와 관련이 있다.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을 포함하여, 이 시기의 소비가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에 이르고 매출이 1년 중 가장 많은 약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1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판매자들의 마케팅 전략과 평소보다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할 기회를 포착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맞물린 경제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그리도 많이 구매하는 것일까? 과연 꼭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는 것일까? 1년 중 소비가 가장 많은 날이라면, 상품 포장과 관련된 쓰레기도 가장 많이 배출되는 날은 아닐까? 온라인 쇼핑의 비율이 높으니 배달 관련 사고도 많지 않을까? 등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검은 금요일’에 대비되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캐나다의 유명 광고인 Ted Dave가 1992년에 제안한 캠페인으로, 자신이 만든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Black Friday 세일기간 중 인 11월 마지막 주에 진행되며, Ted Dave가 인식한 과소비 문제로부터 점차 확장되어 상품 생산 과정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불법적인 노동력 착취의 문제, 불공정 거래 등 현대 산업구조의 폐단을 인식하고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의 반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 전략과 하루만이라도 소비를 멈추어 지구 자원과 환경문제에 기여하기 위한 이 두 ‘날(day)’은 참으로 모순적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한 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어 Buy nothing day 캠페인을 시작했고, 처음 몇 년간은 길거리 홍보 행사와 방송 활동을 통해 캠페인을 개최하였으나, 최근에는 해당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활동을 찾기가 어렵다. 한편, Black Friday는 2015년 정부 주도로 시작된 이후 현재는 Korea Sale Festa라는 명칭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매체로 sale을 알려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검은 금요일’에 비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하루 사지 않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일까? 이는 단순히 하루 쇼핑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지구 전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소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개개인의 현명한 소비뿐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이윤 추구에 급급하기보다 안전한 인간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생산자와 기업의 윤리의식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