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에서 ‘하수는 겁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하수는 상대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적고 따라서 문제 해결 능력이나 미래예측 능력 또한 적은 사람을 의미한다. 어느 분야에도 하수가 존재한다. 프로그래밍 언어 기본 과정 정도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복잡한 시스템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이런 경우 잠재된 실력을 아직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어느 정도의 수행능력을 가졌는지는 분명해진다. 시스템 구축은 프로그래밍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조립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는 매뉴얼이 첨부된 수백 개 모듈로 구성된 조립 결과물을 만든 경험자가 갑자기 수십만 개의 모듈과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 사실도 결정되지 않는 대형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과 같다.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보상에 먼저 욕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학교나 외부기관으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을 포함하는 작고 큰 프로젝트를 보면 대부분 진행을 위한 현금을 포함한 현물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허술한 프로젝트 계획서, 전문 능력이 부족한 인원 구성, 결과물에 대한 예측 부족 등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하고 보자는 용기(?)가 학생들로 하여금 프로젝트 진행을 서두르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이렇게 진행된 결과는 십중팔구 중도 포기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과연 자신감일까 하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목적성을 가지고 제한된 환경에서 명시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일을 시도해야겠다는 긍정적 힘의 부재 상태는 이렇게 시작된다. 만일 부정적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하고도 그런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의도 자체가 전혀 다른 경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건전하지 않은 의도로 진행된 일은 대부분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그 책임이 외부적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인생의 내면일지라도.
오늘의 이야기는 하수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그럼 하수의 힘든 시간은 끝나지 않는 것일까. 누구나 그 답은 알고 있다. 하수가 노력하면 점차 상수의 단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결국은 명인의 과정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하수라는 단계를 이 삶의 시간 내에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앞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없이 자신의 범주에서 아집만을 부린다면, 아무도 나의 인생의 수준을 앞으로 옮겨다 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 이 진리를 외면하고 어떻게 하면 오늘의 힘든 상황을 모면하고 내일은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인생의 돛에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불어 줄 바람을 만들어 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