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이 주는 감동 속으로
‘직관’이 주는 감동 속으로
  • 김종익 기자
  • 승인 2019.10.22 16:45
  • 호수 1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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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국내 축구 - K리그 경기, 축구박물관

 

▲ 팬들 응원에 힘입어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이을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은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경기 당일 출전한 선수들의 이름과 경기 내용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등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축구 경기를 경기장에 찾아가 직접 관람하는 것을 직관이라 부르며, 본인이 응원하는 팀과 하나가 돼 팀의 승리를 염원한다. 이에 기자는 경기장에 있는 팬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빠져보고자 지난달 25,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1의 수원 삼성 블루윙즈(이하 수원 삼성)와 울산 현대의 경기를 직관했다.

 

현장 매표소에서 발급받은 티켓
▲ 현장 매표소에서 발급받은 티켓

 

경기 전날, 기자는 온라인으로 좌석을 예매했다. 경기 전날임에도 전체 좌석 대비 60% 이상의 좌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니, 프로축구연맹 차원의 리그 수준 향상과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한 탓에 팬들의 관심이 국가대표 경기에만 치중된 것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3년 만의 직관이라는 사실에 아쉬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향했다.

 

경기가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2001년 개장한 4만여석 규모의 경기장이다. 오후 6시경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자 듣기만 해도 흥이 나는 음악이 들려 왔다. 경기가 시작하기까지 약 1시간 30분이 남았지만 벌써 경기장 입구에서 열띤 응원을 하는 수원 삼성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곧 있을 경기에 대한 기대를 품은채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경기장 서측 입구에 있는 축구박물관을 방문했다.

 

▲ 축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페넌트
▲ 축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페넌트

 

박물관 입구에서는 수많은 축구 꿈나무들이 환호성을 내며 관람을 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무엇이 있어 저렇게 기뻐하는지 궁금해 입장을 서두르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기자 또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선 건물 초입에 있는 박지성 기념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그의 유소년 시절, 국가대표 선수, 프로선수로서의 각종 축구 사료가 모여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더불어 축구공 제작 기계, 돼지 오줌보 통, 국제국내 경기에 사용된 공인구 등 다양한 축구공과 역대 월드컵 관련 전시품 및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사료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기자는 어린 시절 희미하게 남아있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다시금 회상하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축구박물관을 관람한 후 경기장에 들어가 관중석을 지켜보니, 천여명 남짓 되는 수원 삼성 팬들의 열띤 응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4만석이 넘는 규모의 거대한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응원을 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그 순수한 마음에 반해 기자는 90분 동안 수원 삼성의 팬이 됐다.

 

▲ 열띤 응원을 하고 있는 수원 삼성 팬들
▲ 열띤 응원을 하고 있는 수원 삼성 팬들

 

울산 현대의 우위 속에서 진행된 경기 흐름에 연연해 하지 않던 수원 삼성 팬들은 홈그라운드 장점을 살려 다양한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수원 삼성 팬들의 응원에 감탄하던 중, 반대편을 돌아보니 10명 남짓 돼 보이는 울산 현대 팬들이 북을 치며 목이 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각 팀의 팬들의 치열한 응원전이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90분의 뜨거웠던 경기는 울산 현대의 승리로 종료됐다. 각 팀 팬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즐거움을 선사해준 선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와중에도 팬들의 응원은 끊일 줄 몰랐고, 그렇게 초가을 저녁의 경기는 막을 내렸다. 90분이라는 짧은 파노라마 속에서 기자는 가슴 속 깊이 숨겨져 있던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그라운드의 12번째 선수가 돼 함께 경기를 뛰고 있는 듯한 4천여 명의 팬들. 뜨거웠던 경기장을 떠나며, 기자는 이들이 축구라는 문화로 일심동체가 돼 함께 숨 쉬는 공동체적인 모습에 깊은 여운을 받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김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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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lawhddlr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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