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보호해 준다고 광고하는 짜먹는 위장약, 아마도 ‘겔포스’, ‘알마겔’, ‘개비스콘’ 등의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애주가 사이에서는 짜먹는 위장약을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위벽이 코팅돼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짜먹는 위장약은 어떤 약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짜먹는 위장약이라 하면, 겔포스와 알마겔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1980년대 술자리 필수품이라 불렸을 정도로 그 위엄을 자랑했던 겔포스는 여러 번의 리뉴얼을 거쳐 현재 ‘겔포스엠’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겔포스엠은 위산을 중화시키는 수산화마그네슘, 콜로이드성 인산 알루미늄 성분과 위장관의 가스를 제거하는 시메티콘을 주성분으로 하고 알마겔은 알마게이트라는 위산 중화하는 약효 성분을 포함한다.
이들 약제들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속쓰림 증상은 개선된다. 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위산이 더 분비돼 속쓰림 증상이 심해지는 리바운드 즉, 역효과가 나타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간혹 겔포스나 알마겔 복용 이후 구토를 하거나 구역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이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겔포스와 알마겔과 같은 위장약을 잘 권하지 않는다.
또한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위벽을 약제가 코팅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속쓰려서 약을 먹었는데, 불과 1~2시간 이후 다시 속이 쓰리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닐까? 특히 음주했을 경우에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날 확률은 보다 높다. 기껏 약으로 중화해 놓은 위 상태를 더 들쑤셔 놓기 때문이다.
겔포스와 알마겔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제품인 개비스콘은 탄산수소나트륨과 탄산칼슘의 위산을 중화시키는 성분과 구역과 구토를 방지하고 위 내용물을 장으로 눌러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하는 알긴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한다. 개비스콘은 페퍼민트 향이 있어서 임산부들에게도 선호되기도 하며, 임산부 투여가 가능할 정도로 안전한 약이라는 인식을 준 제품이다.
개비스콘은 알긴산나트륨이 위의 상층부를 차지해 위 아랫부분에 있는 각종 물질들이 역류하지 못하게 눌러버린다. 이에 속쓰림이나 heart burn으로 부르는 가슴쓰림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마신 후 개비스콘을 복용한다면, 술이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알긴산이 눌러 버린다. 즉, 구토나 구역질을 볼 확률이 줄어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술을 조금 마셨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말술을 마셨는데, 그 술이 모두 장으로 내려가도록 눌러버리는 건 오히려 장의 점막 상태를 더 파괴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비스콘과 같은 성분의 제품들이 복제약으로 나와 있다. ‘윌로겔더블액션’, ‘노루모더블액션’, ‘위엔젤더블액션’ 등으로 이름 붙은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회사마다 그 맛이 조금씩 달라 이에 대한 호불호가 좀 있는 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겔포스나 알마겔, 개비스콘류의 짜먹는 위장약은 술을 마실 때 어느 정도 위의 보호가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지속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고, 오히려 구역질과 구토를 유발하기도 할 수 있는 건 함정이다. 그리고 음주량이 많아지면, 약으로 인해 장의 점막이 망가지면서 장건강에도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는 것 또한 함정이다. 결국 술을 마시면서 어떻게 몸을 보호할지 걱정하는 것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술과 이별하는 편이 위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