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회칙 허점에 불만 가득한 학생 사회
학생 회칙 허점에 불만 가득한 학생 사회
  • 강혜주·이소영 기자
  • 승인 2021.03.09 18:00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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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괴리’에 개정 필요성 대두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Prologue
국민에 의해 이뤄지는 민주주의는 사회의 축소판인 대학 내에도 존재한다. 학생 자치 기구 후보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학생들은 적절한 후보자에 직접 투표하며, 학내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게 민주적인 학생 자치의 과정이다.
실제로 매년 11월 우리 대학에서는 이듬해를 위한 선거를 시행한다. 그래서인지 연말 연초면 적격 검사라도 하듯 새로 임명된 학생 자치 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매년 반복되는 학생 자치 기구에 대한 비슷한 논란들, 무엇이 문제일까. 이에 본지에서는 학생 자치의 중심이 되는 학생 회칙과 세칙에 의문을 두고 이를 파헤쳐봤다.

 

권한? 특권? 논란 속  자율 인사권 

죽전캠퍼스 총학생회의 조직도가 공개된 지난 1월 20일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인사 임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 국장과 회장단 간의 친분 때문이다. 공개 모집도 없던 자리에 여자친구가 인선됐다는 이유로 학생 여론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회장단은 입장문을 발표해 여러 논란에 직접 해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선출했음을 밝혔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사실 이는 처음 생긴 논란은 아니다. 11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학생회는 1월 1일 출범과 동시에 수강 신청, 입학식, 졸업식 등 예정된 일정 외에도 여러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12월 중 미리 집행부를 구성한다. 이는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 자치 기구가 동일하다. 하지만 임명 전 공개 모집을 진행하기에는 절차상의 한계가 있어 집행부에는 함께했던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나 지인 등을 뽑아온 것이 관례였다.

죽전캠퍼스 오창석(화학공·4) 총학생회장은 선본 및 지인 인선 논란에 “선본 대부분이 총학생회 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며 “일 년 동안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선 문제없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사실 죽전캠퍼스 학생회칙 중 총학생회 회장단의 업무 및 권한을 규정한 제5장 제28조 1항에 의거하면 ‘집행부 각국의 국장, 차장을 추천하여 총학생운영위원회의 인준을 거쳐 이를 확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위와 같은 임명은 도의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다.

한편 12월 중 자치 기구의 인선을 마치기 위해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죽전캠퍼스 총대의원회 최승혁(수학교육·4) 의장은 “학우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고 모든 상임의장이 인정할 경우 회칙 개정을 위해 안건으로 상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비난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女)? 여(如)? 이상과 현실 사이 
본지 1452호에서 우리 대학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폐지를 다룬 바 있다. 천안캠퍼스에서 2010년을 끝으로 양성평등을 위해 총여가 사라지고 이듬해 총학생회 집행부에 여성부가 신설됐으며, 죽전캠퍼스는 2018년 완전히 폐지됐다는 내용이다. 한편 지난 1월 1일 공개된 천안캠퍼스 총학생회 조직도를 통해 여성부가 다시 조명되면서 총여가 없어진 취지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그렇다면 천안캠퍼스 총학생회가 여성부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총학생회 회장단 권한 밖의 일이다. 천안캠퍼스 학생 자치활동 제35조 3항에 명시된 ‘총학생회가 제반 활동의 집행을 위해 ▲학생복지위원회 ▲사무국 ▲기획국 ▲문화국 ▲홍보국 ▲대외협력국 ▲여성부와 같은 부서를 둬 야 한다’는 조항에 의거한 인사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천안캠퍼스 손승훈(신소재공·4) 총학생회장은 “여성부의 시초인 여(女)성에서 점차 여(如)성이 되는 초석을 다져 여성의 날 행사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날, 어버이날, 국군의 날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여성부의 업무를 타부서와 비교했을 때 부족하지 않도록 운영하겠다”는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위 회칙에서는 각 부서의 역할도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여성부가 ‘이 회의 여학생을 위한 사업의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손 회장의 목표와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즉 공식적인 여성부의 업무 범위 확대를 위해서는 해당 내용의 수정이나 삭제가 필요하다. 그 절차에 대해 천안캠퍼스 총대의원회 김성연(해병대군사·4) 부의장은 “대의원이 문제 제기 시 대의원총회를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노호수(중동·3) 씨는 “여성만을 위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서명인 것 같다”며 “학생회비는 모두가 내는데 일정 예산을 여성에게만 사용하는 것은 세칙 위반이기에 총학생회는 양성 모두 납득할 만한 여성부의 존재 이유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여전히 낮은 투표율, 유효투표율은 감감무소식 

작년 11월에 실시된 천안캠퍼스 학생 자치 기구 선거 중,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24%에 그치며 유효투표율 부재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는 죽전캠퍼스 총학생회 선거 유효투표율 33.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타대학의 경우, 서울대와 연세대는 투표율 50% 미만일 때, 고려대는 33.3% 미만일 때 선거를 무산 시켜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고 있다. 그에 반해 천안캠퍼스 유효투표율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채로 대의원 선거와 학생 자치기구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효투표율이 없는 투표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한다. 한계선이 출마 후보들을 긴장시키고 채찍질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효투표율이 계속 부재할 때 오는 부정적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단일후보가 출마했을 경우 투표율이 낮더라도 찬성 득표가 우세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당선되기에 후보자가 구체적인 공약 구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투표율이 낮아도 선거가 성사되면 일반 학생들의 관심 여부와는 관계없이 학생 자치가 굴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에 김 부의장은 “유효투표율 부재 논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타대학 사례를 보며 제도 개선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회의 중”이라며 3년째 논의는 오갔지만, 섣불리 도입하지는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Epilogue

오래됐거나, 없거나. 기자가 취재하면서 만나본 각 학생 자치 기구의 일원들은 규정의 허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바꿔볼 차례. 이들을 감시해온 학생들 역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 해왔다면, 현실에 맞게 개정할 때 아닐까? 학생이 주체가 돼 학교를 바꾸는 진정한 의미의 학생 자치를 이루기 위해선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 관심이 모여 행동이 되고,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공론장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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