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에 우열은 없다
피부색에 우열은 없다
  • 강혜주 기자·윤다운·한상권 수습기자
  • 승인 2021.05.04 13:55
  • 호수 1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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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차이로, 멸시를 존중으로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Prologue

지난달 17일, 조지아주의 한 가정집에 총알이 날아들었다. 아시아계 가족이 사는 집이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동양인 대상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는데, 동양인 혐오 범죄는 나아질 기미 없이 점점 더 번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동양인 차별은 세계 곳곳에서 물 위로 올라왔고, 나아가 물리적 증오 범죄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동양인 증오 범죄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얼마 전까진 #BlackLivesMatter, 지금은?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극단연구소가 발표한 ‘반(反)아시아계 증오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6개 도시 내 동양인 혐오 범죄 발생이 149% 증가했다. 이에 지난달 22일 미국 상원의원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계 증오 범죄 방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발생하는 차별에 해외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인구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사실 미국의 민권법(The Civil Right Acts)은 이미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된 건 1968년,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만연히 퍼져있다.

 

미국 내 극심한 인종차별로 발생한 시위는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 5월, 흑인의 처우 개선 시위에서는 #BlackLivesMatter 슬로건이 등장해 세계적으로 큰 동참의 물결을 만들었다. 이는 인스타그램에서 2천707만 번 이상 언급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이후 불과 1년. 차별의 주된 객체가 동양인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흑인이 차별 가해로부터 무결하진 않았다.

 

지금도 동영상 커뮤니티인 ‘틱톡’에는 눈을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동작을 취하거나 지나가는 동양인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지칭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어떤 이들은 이런 차별적인 행태를 다루고 재미로 소비하며 희화화한다. 그 주체는 흑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현실이다.

 

동양인 혐오 멈춰!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간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문세영(23) 씨는 미국 내 비근한 동양인 혐오 실태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 오래도록 거주할 생각으로 방문했지만 물리적·제도적 차별이 만연한 모습에 거부감을 느껴 돌아왔다”고 밝히며 “여전히 미국에 남아있는 친구들도 코로나19 이후 극심해진 인종차별에 외출을 꺼리고 배달·배송 서비스 이용 빈도가 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극심해진 차별과 혐오가 점점 범죄로 이어지자 동양인들의 분노가 #StopAsianHate 운동으로 터져 나왔다. 발단은 지난 3월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운영 마사지 업소로만 향해 난사된 연쇄 총격 사건이다. 이 사건에 분노하는 미국 내 집회 현장에서 ‘Stop Asian Hate'라는 문구가 등장했고 SNS로 확산해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약 42만 번 언급됐다.

 

이런 움직임은 점점 눈덩이를 굴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e스포츠 주요 종목 중 하나인 ‘오버워치 게임리그’, 미국 ‘NBA 리그’ 등 각 분야 인기 산업의 연대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BTS, 에릭남, 씨엘, 박재범 등 여러 유명인이 참여했고 해외에서는 축구선수 폴 포그바, 모델 킴 카다시안, 배우 기네스 펠트로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규탄 성명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동참 행렬과 반대로 미국과 유럽국가 내부에서는 파급력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문 씨는 이번 #StopAsianHate 운동에 대해 “미국 내에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당 이슈가 잠잠해졌고, 차후 조치도 불분명하다”며 아무런 변화 없이 끝날 것을 우려했다.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이들 

차별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막으려는 이들도 있다. 극단적 사태 증가에 국내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도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반크 글로벌 청원팀 관계자는 “유럽 주간지들이 질병 바이러스의 원산지가 아시아며, 동양인이 바이러스 전파자인 것처럼 묘사해 ‘증오 프레임’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크에서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동양인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글로벌 청원과 캠페인을 진행 중이고, #WithAsians 캠페인에도 참여해 대중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들은 해당 캠페인을 통해 타인을 감정 해소 수단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주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는 지난달 27일, 증오 범죄 간담회를 개최해 최근 빈발한 아시아계 증오 범죄 예방 및 대응 상황을 전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박경재 총영사는 “지난 애틀랜타 총격 사건 직후 한인 단체 비상 연락망을 재정비해 증오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며 또한 “전담팀을 구성해 대처요령을 여러 한인 단체에 공유 중”이라며 공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 3월 20일 이후로 미국 각 주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며 아시아계 미국인도 동등한 미국인임을 외치고 차별을 멈추자는 시위를 전개했다. 이곳에서도 주축은 인종을 구분 짓지 않고 다양했다. 참석한 이들은 차별의 아픔을 나누고, 이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 것을 새기며 목소리를 울렸다.

 

Epilogue

지난해 팬데믹 선언 이후 1년 3개월. 전염병의 확산은 이를 능가하는 차별과 혐오도 동반했다. 유튜브에는 인종차별 경험 시 대응법을 주제로 한 영상이 무수하게 올라오지만 모두 일시적인 대처일 뿐 그 어느 방법도 근본적이지는 않다. 각국의 법안 개정, 국제기구의 노력, 세계인의 지속적인 관심이 모두 이뤄져야 가능한 일. 차별을 차이로, 멸시를 존중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뿌리 박힌 인식 개선부터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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