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 달래줄 ‘작은 쉼터’… 고민 상담 하세요
지친 마음 달래줄 ‘작은 쉼터’… 고민 상담 하세요
  • 이용현 기자
  • 승인 2023.09.05 14:41
  • 호수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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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온기우편함의 조언
▲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전하고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온기우편함이다
▲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전하고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온기우편함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크고 작은 고민과 함께 살아간다. 애정전선이나 성적 같은 문제부터 정신적·경제적 문제 등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문제까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나를 짓누르는 마음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기자는 자신의 고민을 익명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자 고민에 대해 손편지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을 자처하는 온기우편함을 찾아가 봤다.


온기우편함은 현재 노량진, 서울추모공원 등 전국 40곳에 설치돼있다. 기자는 온기우편함의 파트너로 지정된 CGV에도 온기우편함이 설치돼있다는 소식을 듣고 용산 아이파크몰을 찾았다.


영화관에 들어서자 기자는 저마다의 휴식과 문화생활을 즐기러 온 활기찬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서 벽 한편에 고즈넉이 놓여있는 온기우편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체통과 편지를 적는 탁자만으로 구성된 부스는 넓은 영화관 사이에서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관리된 우체통의 노란 색상이 조명에 반사되며 느껴지는 어딘가 따뜻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기자를 먼저 반겨주었다.


기자 또한 나름의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편지를 작성하고자 했지만, 편지지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이 없이 글을 쓸 수는 없기에 편지지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때 탁자 위에 놓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소중한 고민편지는 편지지가 아닌, 갖고 계신 종이에 적어주셔도 괜찮아요.’


평소 기자는 편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담는 편지지와 봉투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글귀는 온기우편함이 편지지나 봉투 같은 외관이 아닌 고민 그 자체만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기자에게 느끼게 해줬다.


이윽고 기자는 갖고 있던 빵 봉지를 조금 찢어 비치된 펜을 이용해 고민을 적고 우체통에 넣었다. 필요한 정보는 이름도, 성별도 아닌 편지를 받을 주소 하나뿐이었다.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나자 기자는 말하기 힘들었던 고민을 누군가에게 전했다는 후련함과 답장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윽고 해가 저물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다른 사람의 고민도 답장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어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편지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익명으로 보낼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고민과 온기우체부의 답장 또한 매주 목요일마다 받아볼 수 있었다.


후에 기자가 받아본 누군가의 익명편지와 답장은 꾸밈없는 솔직한 고민거리와 그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며 조언하는 다정한 어른들의 소통창구였다. 조언을 구하는 진심어린 편지와 본인의 일처럼 생각해주는 답변자의 마음이 기자에게도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유난히 외롭고 힘겨운 밤이 있다.이런 순간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들어준다면 지친 마음을 달래줄 작은 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는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온기우편함에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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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ehyu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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