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과 첫 걸음의 소중함
첫 문장과 첫 걸음의 소중함
  • 양영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승인 2023.09.05 14:07
  • 호수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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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양영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누구나 글을 쓸 때 첫 문장을 고민한다. 일반인이 일기를 쓸 때나, 작가가 소설을 쓸 때나, 신문기자가 기사를 쓸 때나 첫 문장은 늘 망설여진다. 벨기에 소설가 베르나르 키리니는 「첫 문장 못 쓰는 남자」에서 글쓰기의 고뇌를 토로한다.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자, 괄호로 처리하고, 그다음 문장부터 쓰려고 하지만 똑같은 고민에 빠져 결국 글을 쓰지 못했다는 소설가의 번민에 누구나 공감할 듯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처음은 중요하다. 첫 문장이 술술 풀리면 전체적으로 글쓰기가 편해진다. 첫 문장이 강렬하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읽어보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취업준비생이 치르는 입사 시험도 비슷하다. 논술고사 답안지의 첫 글이 인상적이면 평가위원의 눈을 사로잡아 좋은 점수를 받는 데 유리하다. 물론 본문 내용도, 마무리도 좋아야 하지만 첫 문장에 정성을 쏟으면 전체적인 평가가 달라진다.

 
모든 글의 첫 문장은 하나뿐이지만 인생은 매 순간이 첫 걸음이다. 어느 순간을 맞이하고 있든 모든 순간은 내 인생의 첫 순간이고 첫 경험이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첫걸음’(1858년 작품)을 보면 행복해진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딸을 조심스럽게 잡고 있는 엄마, 일하던 삽자루를 밭에 던지고 두 팔 벌려 딸의 첫 걸음을 반기는 아빠의 모습을 그린 파스텔 작품이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장면이 있을까. 


아기가 처음 내딛는 발걸음은 인생의 첫 시작일 수 있다. 스스로 걸으며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축복의 순간이다. 아기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성장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된다. 어떤 일을 할 결심, 그 결심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 인생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주저하며 한 발 내디뎠을 뿐이어도 그 첫 걸음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누구나 첫 문장을 급히 쓰지 않듯, 첫발도 급히 내디딜 필요는 없다. 모든 일에는 생각의 변수가 작용하고 결정의 순간이 오는 법이다. ‘천천히 빠르게 가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느린 걸음으로 큰 산을 넘을 수 있다. 느린 걸음의 시작도 첫 걸음이다. 


니체는 “인생의 첫 걸음은 나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한다”며 “무슨 일이든 자신을 존중하고 아직 찾지 못했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체가 청춘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의미는 작지 않다. 자신을 존중하며 자신이 미래에 할 일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9월 새 학기는 첫 문장, 첫 걸음과도 같다. 가슴 설레는 캠퍼스의 가을은 청춘의 또 다른 첫 문장이자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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