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털어내는 지친 몸과 마음···함께 달려 보자
달리면서 털어내는 지친 몸과 마음···함께 달려 보자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3.09.19 13:14
  • 호수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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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헬시 플레저

처서를 지나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니 가을의 문턱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매해 최고치를 갱신하는 더위와 폭우로 인해 올해 여름은 실외 활동이 꽤 힘들어서인지, 더위가 가신 지금에서야 야외에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작년 10대 소비 추세 중 하나인 헬시 플레저(Health Pleasure)는 건강(Health)과 즐거움(Pleasure)의 합성어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이런 동향에 맞춰 스포츠 브랜드들은 달리기·마라톤 대회를 활발히 개최하고 있고 사람들은 달리기 동호회를 만들거나 참여하며 스마트 워치, 건강 관리 앱을 이용해 운동을 즐기고 있다. 


‘달리기와 즐거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기자는 달리기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고자 약 7.5km 동선을(여의도공원 -> 마포대교 -> 한강공원 -> 서강대교 -> 여의도공원) 선선한 저녁 시간에 달리기로 계획했다.


한강에 도착해서 뛰기 전 기자는 하루 내내 강의를 들은 터라 피로감이 상당했다. 또한 달리기 전에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기자가 한강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기자가 한강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운동을 마치고 달리기를 시작한 순간 헬시 플레저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흥겨운 음악이 재생되는 한강을 달리고 있자니 달리기 전 들었던 잡생각과 하루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절로 해소됐다. 직접 달려보니 운동의 강도가 크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 힘들면 잠깐 쉬어도 좋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전력으로 달려도 좋다.  

 

한강에서 40분 정도 달리기를 하며 기자는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인파로 인한 전방 주시를 안내하는 구령은 한강을 가득 채웠다. 낮 동안 각자의 일정으로 지칠 만도 한 그들의 얼굴에서 운동이 주는 즐거움은 꽤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한강 달리기를 한 뒤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기자가 한강 달리기를 한 뒤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달리기에는 큰 비용도, 준비물도 필요하지 않다. 쌀쌀해질 날씨를 대비해 준비하는 겉옷 한 벌과 부상을 대비한 준비운동 정도로 충분하다. 기자가 달리기를 체험한 한강과 같이 풍경이 좋은 곳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자신이 자주 가는 산책로 달리기도 나쁘지 않다.


달리기를 더욱 알차게 즐기려면 달리기 동호회, 일명 러닝 크루(Running Crew)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리기 동호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운동하고 활동을 기록하여 활력을 얻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달리기 동호회는 검색 엔진 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다양한 동호회에서 회원을 모집하고 있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동호회에 참석이 힘들다면 달리기 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달리기 앱은 운동량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별로 달리기 습관을 길러주고 사용자가 지칠 때 독려하는 음성을 지원해 사용자를 격려하기도 한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주인공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으려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는 남들보다 더 나은 스펙을 위해 자기 계발을 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달리고 있는 경쟁자라는 사실과 결국 나는 제자리였다는 사실에 종종 허무함을 느끼곤 한다.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를 지속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 저녁은 선선해진 가을바람을 느끼며 ‘경쟁을 위한 달리기’가 아닌 나를 뒤돌아보는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하는 건 어떨까?   

 


이승민 기자 seungmin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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