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부의 순간, 최고의 멘트로 시청률 1위를 이끌다"
"극적인 승부의 순간, 최고의 멘트로 시청률 1위를 이끌다"
  • 황민승 기자
  • 승인 2023.09.19 15:44
  • 호수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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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49) 스포츠 캐스터
단순한 접근이 중계에 도움 돼
거짓없는 스포츠 세계 매력적

각자의 추억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스포츠가 있다면 무엇일까? 기자의 추억 속에는 어릴 적 TV 앞에 한데 모여 야구 경기를 볼 때 들려오던 짜릿한 멘트가 있다. “담장! 넘어갑니다! 굿바이!” 스포츠 캐스터는 스포츠의 매력과 짜릿함을 목소리만으로 전달한다. 질리지 않는 목소리와 재치 있는 멘트로 야구를 넘어 다양한 스포츠의 매력을 선사하는 정우영 아나운서를 만났다. 

<사진제공=SBS>

-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어릴 적 야구를 좋아하시던 부모님 손에 이끌려 야구장에 처음 갔다. 부모님을 따라 야구팀 어린이 회원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또 주말마다 아버지와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게 일과였기에 자연스레 스포츠를 좋아할 수 있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꿨는데 그중 스포츠 캐스터가 나와 잘 맞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

 

- 야구 중계에서 특히 유명하다. 야구 중계만이 가지는 매력이나 본인만의 특화된 장점이 있나.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시청자분들께 목소리를 들려줬다는 점이 장점이 될 것 같다. 또 나는 능글맞다. 중계방송 자체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야구 중계방송도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실수하더라도 잘 대처하는 편이다. 흔들리지 않고 다음 멘트에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을 지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 ‘투투피치’와 같은 독특한 중계 멘트나 강력한 홈런콜이 유명하다. 이 멘트를 고안해 내기까지의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투투피치’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써봤다. 다행인 건 다른 캐스터들이 중구난방 사용하지 않아 나름 시그니처가 된 것 같다. 끝내기 홈런이 나올 때 ‘굿바이, 굿바이’ 멘트는 어린 시절 들어왔던 대선배 캐스터들에 대한 헌정 홈런콜이다. 과거에 ‘굿바이 00’식의 멘트를 많이 사용했는데 일본식 표현이라며 어느 시점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굿바이’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되살려 명맥을 이어 나갔다. KBO 2018년 플레이오프 5차전, 결정적인 순간에 그 멘트가 나오면서 많은 분이 호응해 주셨다.”

 

- 야구 이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중계했다. 다양한 종목의 중계를 위한 본인만의 준비 과정이 있는가.

“한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승부 자체에 몰입하는 게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본적인 준비만 한다. 그리고 현장 준비에 집중하며 감독,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정보를 얻어낸다. 어찌 보면 요령이 생긴 것이다. 다른 종목, 특히 펜싱의 경우는 중계가 펜싱 강의가 되는 것 같아 아쉬워 리우 올림픽부터 단순히 격투기 관점으로 중계하니 시청률 1위라는 결실을 봤다. 이런 단순한 접근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오랜 기간 스포츠와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본인이 생각하는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인가. 

“스포츠는 거짓이 없다. 세상은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스포츠는 못하면 지는 것이고 잘하면 이길 수 있다. 스포츠의 끓어오르는 순간에는 가식이 있을 수 없다. 예전부터 그런 모습들이 좋았다.” 

 

- 스포츠 캐스터가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목소리만 좋으면 된다. 좋은 목소리란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목소리다.”

 

▲ 기자와의 인터뷰 후 SBS 사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 후 SBS 사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스포츠 캐스터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극적인 승부의 순간이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3가지 뽑자면 첫 번째는 리우 올림픽 펜싱 에페 결승에서 박상영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순간이다. 극적인 장면을 현장에서 중계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행복했다. 두 번째는 2018년 플레이오프 5차전, SK(현 SSG)와 넥센의 명경기를 중계했을 때이다. 마지막은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의 중계다. 상대 팀보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발현되는 선수들의 투지가 마음을 움직여, 그 은메달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마음을 담아 뱉었던 ‘그대들의 은메달이 아름답습니다’는 멘트가 너무 좋아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들이 은메달을 받은 경기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오랜 기간 방송을 해오면서 감사함을 느꼈던 사람이 있는가.

“아내에게 항상 감사하다. 직업상 매일 출장을 다니는데 17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나와 계속 살아주고 있다. 함께 일하는 모든 스태프분에게도 감사하다. 외부 촬영만 나가도 허드렛일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정말 많지만 아나운서는 몸만 가면 된다. 특혜지만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지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 스포츠 관련 칼럼을 많이 쓴다. 글을 계속해서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SNS에 스포츠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카카오 스포츠 측에서 이를 알아봐 주셔서 정식 칼럼으로 연재할 수 있게 됐다.” 

 

- 스포츠 캐스터 이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평생 스포츠 캐스터만 하고 싶다. 다른 제안이 많이 왔지만 다 거절했다.”

 

- 여가 생활은 어떻게 보내는가. 

“오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운동하기 시작했다. 쉬는 날마다 기능성 운동인 F45를 하고 있고 골프도 열심히 한다.”

 

- 팬들에게 어떤 캐스터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좋아했던 선배 캐스터 세분이 있다. 나는 이분들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말 한마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요즘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들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를 완벽하게 갖춰두면 좋겠다. 나는 대학 시절 공부를 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시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자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꿨다. 그렇기에 나보다 준비를 잘한다면, 분명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황민승 기자 minw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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