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비싼 걸까 비싸서 좋은 걸까
좋아서 비싼 걸까 비싸서 좋은 걸까
  • 송새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19 15:48
  • 호수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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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가격 플라시보 효과
▲ 고급제품을 구매하면 기대가 커진다.
고급제품을 구매하면 기대가 커진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다. 가격이 싸면 품질이 좋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저렴하면 질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을 하듯, 반대로 비싼 건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그래서인지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고급 브랜드를 갈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가격과 품질이 정비례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사실 고가의 가격표 자체가 주는 기대감이 품질이 좋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기대가 생기면 색안경이 끼워진다.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 소개를 받고 만난 사람은 ‘괜찮은’ 모습이 눈에 더 잘 띈다. 최초의 정보와 일치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도 그렇다. 별로라는 얘기를 듣고 만난 사람은 겪어 보기도 전에 왠지 친해지고 싶지 않다. 마찬가지로 비싼 제품에는 비싼 값을 할 거라는 기대치가 생겨 제품의 장점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단점을 발견하면 내 선택이 옳지 못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생기게 되는 것도 이유다. 한편 저렴한 제품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생겨도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며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쉽다.


이렇게 가격에 따른 기대가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기업에서는 과감하게 고가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더 만족하게 되는 가격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물론 터무니없이 가격만 올린다고 무조건 만족도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길거리에서 냉동 핫도그를 2만 원에 판다고 한들 구매자들이 만족할 리 없다. 제품이 기대에 월등히 못 미치는 경우에는 오히려 본전 생각에 실망감이 더 크다. 그래서 고가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은 적정한 가격 구간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큰맘 먹고 구매한 고급 제품은 정말 좋아서 비싼 걸까 아니면 비싸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는 걸까? 스스로 블라인드 테스트라도 진행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가격에 의한 기대 심리는 무의식적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과 품질을 직결해서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외로 가격에 따른 막연한 기대가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만족할 수 있는 구매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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