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줄 떡도 안 준다
미운 놈 줄 떡도 안 준다
  • 송주연 편집장
  • 승인 2023.09.19 15:12
  • 호수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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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가 이달 8일 오전 9시에 기해 1차 총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철도노조는 이달 1일 증편한 부산~서울 KTX 종착역을 수서역으로 변경하고, KTX와 SRT 연결 운행,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요구하면서 14일부터 18일까지 한시적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노조 파업은 단면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철도 파업의 발단은 국토부가 이달 1일부터 SRT 수서~부산 노선을 11.2% 감축하고, 남는 열차를 신설된 경전·동해선에 투입한 것이다. KTX만 다니던 3개 노선에 SRT도 투입해 ‘철도 경쟁 체제’를 만든다는 게 국토부 구상이다.


공공서비스와 민자사업이 경쟁하면 누가 피해를 볼까? 윤석열 정부는 작년 6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철도로 보면 이 사업은 신규노선 건설만을 통해서 수행할 수 있었던 민자사업이 노후철도 인프라 등 기존 사회기반시설을 개량증설하는 조건으로 운영권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민자 사업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정책방향인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공교통이용 수요가 급감하면서 코레일의 매출손실이 대량 이어졌다. 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기존 운행 서비스의 질을 낮출 수는 없으므로 운영 부담은 가중됐다.


더군다나 SR은 개통 당시 코레일로부터 운영차량도 빌려왔고, 수서역을 제외한 역 업무와 열차 정비, 민원 업무 등을 코레일에 위탁해왔다. 코레일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경쟁을 부추긴다면 이윤 추구의 한계가 있는 공공서비스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공서비스가 민자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쟁에서 진다면 코레일의 공적 서비스 역량은 훼손되고 그 무게를 민영화된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질 것이다.


아무리 코레일이 정부에게 적자만 내는 미운놈이더라도 SR에 줄 떡 한 번 줘 보는 게 어떨까.

 

 

송주연 편집장 zooye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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