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50개국 NGO 경험… ‘그알' PD 모멘텀 됐다”
“대학생 때 50개국 NGO 경험… ‘그알' PD 모멘텀 됐다”
  • 김예은 기자
  • 승인 2023.10.12 12:58
  • 호수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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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37) SBS 시사교양 PD
세상에 던질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계속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프로그램의 기획·편집·연출부터 연예인 섭외 등 프로그램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이동원(37)씨는 우리나라 대표 시사교양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PD다. PD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선장과도 같은 존재다. 본지는 이동원 PD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공:SBS
제공:SBS

- PD를 선택한 계기는.

“대학 재학 시절 세계 여행 계획을 짜던 중 각국 NGO(Non-Governmen talOrganization) 단체에서 일하고 싶었다. 즉시 각국에 메일을 보냈고, 결론적으로 전 세계 50개국의 NGO 단체를 다녀오게 됐다. 여행을 마친 후 엄청난 사람이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졸업장도 없고 토익 점수도 부족하니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동기 한 명이 SBS 블라인드 면접에 대해 알려줬다. NGO 여행을 바탕으로 ‘나란 사람’에 대한 스토리를 짜 면접을 보았고, 운 좋게 붙어 3학년 1학기 때 덜컥 출근하게 됐다.”

 

- PD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방송 PD는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와 기획·편집·연출부터 연예인 섭외와 집기·장비 준비·장소 섭외까지 프로그램의 책임을 전부 지는 사람이다. 총무팀, 재무팀, 인사팀, 홍보팀 등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권한이 가장 크다.”

 

- 본인이 생각하는 PD란 직업의 장점은.

“회사에 소속돼 있기에 직업적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자유롭다.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 브레인스토밍만 한 적도 있다.”

 

-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일 먼저 ‘이것을 왜 만드는가?’를 생각한다. 그 이후 `대중성이 있는지', `요즘 세상에 필요한 얘기인지',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등을 판단한다.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SBS 시사 교양 본부 기피 대상 1위라 불리는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의 PD로 발탁됐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해 온 장수 프로그램이며 애청자도 많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파급력이 크고,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엄청나다. 시청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 프로그램인 만큼 지금까지 지켜온 명성에 흠집 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취재 차량 내에서 인터뷰 컨택을 시도하고 있는 이동원 PD의 사진이다. 출처:SBS
▲취재 차량 내에서 인터뷰 컨택을 시도하고 있는 이동원 PD의 사진이다. 출처:SBS

- 하루에 약 50~100건 정도의 제보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그중에서 취잿거리를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제일 먼저 해당 제보를 취재해야 하는 명분에 대해 생각한다. 명분이 생기더라도 실질적으로 진행이 불가능하다 판단되면 포기한다. 대중성도 어느 정도는 챙겨야 하기에 복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

 

-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굉장히 여러 사건을 다뤘다. 제일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나.

“1,244화인 ‘정인이는 왜 죽었나? -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편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집 관련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사람과 인터뷰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양천구 아동 살인 학대 사망 사건은 방영 안 하냐고 묻더라.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건이기에 따로 취재는 안 하려 했으나 방영 안 하냐는 소리를 계속 들으니, 뭔가 있구나 싶었다.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일 때 취재를 진행했고 보도 되지 않았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사실 등을 정리 해 방영했다. 아동 학대 사건은 아이들 다치는 것이 보기 싫어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별 기대 없었는데 몇천여 명의 사람이 탄원서를 보내고, ‘정인이 법’이 생기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 시청자들에게 고마웠다. 하지만 방송에 담긴 내용 중 사실과 조금이라도 어긋난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 올해 방영한 ‘관계자 외 출입 금지’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프로그램 ‘관계자 외 출입 금지’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종을 출연진이 직접 체험하고 이야기 듣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끝낸 후 가장 잘 알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했다. 취재하며 남들이 가지 못한 곳을 방문한 경험이 많기에 이를 콘텐츠로 승화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고, ‘대중에게 잘 노출되지 않은 공간에서 고생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 ‘관계자 외 출입 금지’는 대본이 없다고 들었다.

“MC들이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편하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선택을 했다. 이렇게 해야 해당 보안 구역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깨질 것이라 생각했다.”

 

- 굉장히 다양한 취재와 촬영을 진행했다. 힘들거나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고소를 굉장히 많이 당해 명예훼손·절도 등 피의자의 신분으로 경찰서를 자주 들락날락했다. 유족을 만나 사건의 참혹함을 직접 귀로 듣기에 심리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잘 되든 안 되든 모든 일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기에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 그럼에도 카메라를 들게 만든 원동력은.

“책임감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보자는 가해자의 보복 위험과 피해를 무릅쓰고 우리 앞에 나선 사람이다. 우리는 제보자가 내준 용기의 크기만큼 책임을 져야 하고, 그렇기에 프로그램을 대충 만들 수 없다. 또한 나는 스스로를 책임지고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더라도 도망갈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

 

-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세상에 던질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계속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볼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 아무에게나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잔물결처럼, 그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짙은 사유와 울림을 남겼다. 심연에 감춰져 있던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하는 그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캄캄한 현실 속 등불과도 같았을 것이다.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오늘도 카메라를 드는 그의 향해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김예은 기자 agony5z@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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