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는 와인에서 왔다
콜라는 와인에서 왔다
  • 명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12 15:14
  • 호수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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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약용 술 문화

전통주 공부를 계속하다 흥미롭게 풀이되는 글자를 발견했다. 바로 의사, 의학 등에 쓰이는 고칠 의(醫)란 글자다. 고칠 의(醫)를 풀어보면 상단부에는 아플 예(殹), 아래에 항아리 유(酉)가 받치고 있다. 아픔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 한 글자에 모두 들어가 있다. 도대체 왜 항아리 유(酉)가  아플 예(殹)를 받치고 있을 뿐인데 왜 아픔과 치료의 의미를 가질까?


여기서 항아리 유(酉)는 바로 술 단지를 말한다. 술이 마취 기능 및 다양한 약용 기능을 했기 때문에 술로 아픔을 낫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술이 약용으로 쓰인 것일까? 그리고 이런 문화는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일까?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시대부터 약술이 존재했는데, 가장 상품화된 약술은 진이다. 1660년에 네덜란드의 의학교수가 만든 진은 해열 및 이뇨 작용을 돕는 노간주나무 열매를 활용해서 만들어졌다. 몸에 빠른 흡수를 시키고자 맥주에 넣어 증류해서 약용으로 쓰였으며, 초기에는 약국에서만 판매했다.

1800년대 말, 미국에서 노예 해방을 위한 남북전쟁이 일어난다. 그 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다쳤고, 국소마취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콜라다. 와인에 코카인과 콜라라는 아프리카산 허브를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후 와인은 시럽으로 바뀌고, 코카인은 카페인으로 바뀐다. 결국, 전쟁이 콜라를 만들었다. 콜라야말로 약용 술이자 응급치료제였다. 


우리나라에는 술이 정말 많아 곡식이 부족했던 나머지 조선왕조는 금주령을 자주 반포했다. 그것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술을 약용으로만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약용 술이 발달했다. 오죽했으면 술을 약주라고 불렀을 정도일까. 대표적인 약용 술은 죽력고와 감홍로가 있다. 대나무의 기름이 들어간 죽력고는 막힌 혈을 뚫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은 일본군에게 잡힌 후에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죽력고를 마시고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계피와 진피가 들어간 감홍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여 감기 예방에 좋은 술로 잘 알려져 있다. 마시면 몸이 따뜻해져서일까,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주는 이별주로도 등장한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약술 문화, 우리도 가지고 있는 약술 문화, 이러한 공통 분모로 많은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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