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캐시리스(cashless) 사회는 없다
노인을 위한 캐시리스(cashless) 사회는 없다
  • 김예은·김연희 기자·박해성·황유림 수습기자
  • 승인 2023.11.21 14:13
  • 호수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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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최예영 기자
일러스트 최예영 기자

Prologue

`캐시리스(Cashless)' 사회는 현금이 거래되지 않고 모바일 혹은 카드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사회를 뜻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며 현재 전 세계는 캐시리스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캐시리스’ 사회의 사람들은 손이 가벼워졌다. 더 이상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으며,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한 세상에 살게 됐다. 그러나, ‘캐시리스’ 사회에도 명백히 ‘암(暗)’은 존재한다. 바로 디지털 소외계층이 더 빠르게 사회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현금’ 안 받아요

캐시리스 사회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키오스크의 증가이다. 2015년 2,130억원 규모였던 키오스크 시장은 올해 3,960억원 수준으로 약 86% 성장했다. 키오스크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또 복잡한 메뉴 선택란과 작은 글씨로 인해 노년층에게 친화적이지 않다.

카드 결제만 가능한 키오스크의 모습이다.
카드 결제만 가능한 키오스크의 모습이다.

직원이 상주함에도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했고, `할리스커피'의 경우도 2019년부터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캐시리스 사회로의 변화는 대중교통에서도 드러났다. 서울시는 올해 `현금 없는 버스’를 436대에서 1,876대로 확대 운행했고, 인천시도 지난 2022년 1월 `현금 없는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2020년도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SRT'는 추석 명절 기차표를 100% 비대면 예매로 전환하기도 했다.

 

캐시리스 사회에서 배제된 노년층

온라인 세상 속 ‘디지털 소외’로 문화생활마저 누리지 못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현장 발권을 운영하지 않아 노년층 야구팬이 해당 경기를 관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연이 조명됐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야구팬들이 말 그대로 진입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런 문제는 고속, 시외버스 터미널 등의 이동 수단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발행한「노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설문자 가운데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기차, 고속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예매한 경험자는 58.3%였다. 40%가 넘는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한 경험자 또한 예매에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이 절대적이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 창구를 이용하는 노년층의 모습이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 창구를 이용하는 노년층의 모습이다.

천안 시외버스 터미널 직원 여규복(54)씨는 “노년층분들은 키오스크 사용을 많이 어려워하셔서 직원이 있는 쪽에서 주로 구매하신다”며 “발권기 이용이 미숙하신 노년층분들을 위해 터미널에서 명절 기간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때에는 직원분들이 직접 나가서 안내와 매표를 도와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 패스트푸드점 역시 직원 대면이 아닌 키오스크로 주문받고 있는 업체가 늘어 노년층을 비롯한 디지털 소외자들이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 직원 곽민승(25)씨는 “키오스크 사용 미숙으로 도움을 청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며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노인 분들의 경우 포스기로 따로 주문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임경옥(62)씨는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키오스크 기계를 처음 접했을 때 매우 당황스럽고 답답했다”며 “키오스크 사용 방법을 잘 모를 때는 직원이나 옆의 시민들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느려도 배워서 잘 이용하지만 앞으로 키오스크로 인한 불편한 경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인들도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살아본 캐시리스 사회

기자는 캐시리스 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가 봤다. 불편함을 몸소 느껴보기 위해 하루 동안 현금만을 사용했다.

 

수업 시작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 식당을 방문 후 직원에게 현금 결제 가능 여부를 물어봤으나, 돌아온 대답은 “현금 결제는 불가하다”였다. 학생 식당에 배치된 키오스크로는 카드 결제만이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학생 식당에서의 점심은 포기하고 교내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편의점 이용도 편리하지 않았다. 단백질 음료를 고른 후 결제를 위해 계산대로 가니 직원이 부재중이었다. 평소라면 카드로 결제한 뒤 편의점을 빠르게 나왔겠지만 현금 밖에 없는 기자는 직원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버스와 지하철 간 환승할인 또한 불가능했다. 평소 집에서 학교까지는 총 두 번의 환승이 필요해 교통비로 총 1,800원이 지불됐다. 그러나 오늘은 현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환승할인을 받지 못했다. 발생한 비용은 총 4,350원. 두 배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셈이다.

 

퇴근 시간이 겹친 하굣길, 버스 탑승 전 현금을 미리 꺼내놓지 않아 뒤늦게 현금을 찾느라 수많은 사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거스름돈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본의 아니게 주변인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대학생조차도 적응하기 힘든 캐시리스 속 ‘캐시 사용’. 캐시리스 사회에서 캐시로 살아가는 것은 이제 어려운 수준을 넘어 불가능한 수준이다.

 

‘편의’와 상생하는 사회 돼야

현재 우리 정부는 노년층 소외 현상을 막고자 도서관, 돌봄센터 등 전국 1,447곳에 ‘디지털 배움터’를 설치했다. 디지털 배움터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국민 누구나 디지털 세상에 참여하고 혜택을 누리도록 시행됐다.

 

교육과정은 ▶간편 결제·송금 방법 알아보기 ▶배달 앱 알아보기 ▶키오스크 종류 알기 ▶키오스크를 활용하여 음료 주문하기 등이다.

 

지자체와 행정복지센터도 디지털 소외계층의 교육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교육의 일환으로 우리 대학에서 지난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마곡동 주민자치 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시니어를 위한 정보화 교육 서포터즈 봉사’ 참여자를 모집한 적이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디지털 배움터 운영 사업의 예산이 올해 698억 4,000만 원에서 2024년 정부 예산안 기준 279억 3,600만으로 60%가 삭감됐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대로 사업 예산이 60% 삭감되면 교육 프로그램의 수가 줄 뿐만 아니라 1,8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디지털 배움터에서 교육을 신청하기 위해선 신청자가 직접 컴퓨터 혹은 휴대전화로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 뒤, 근처 센터에 해당 강의가 개설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즉, 교육 신청에 대한 내용이 직관적이지 않아 신청까지의 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복잡하다.

 

노년층 키오스크 교육을 담당하는 천안노인종합복지관 사회교육담당자 안소희(38)씨는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키오스크 기기를 지원받아 실습을 진행하고 있기에 배운 이론을 실제 상황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산 부족으로 앱 혹은 화상 강의로만 교육하는 복지관들이 많다”며 “교육에 대한 전체적인 예산 지원이 늘어 키오스크 기기를 활용한 실질적인 실습 환경이 구축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Epilogue

‘노인(老人)’은 인생의 최종 단계다. 우리는 누구나 빛나는 젊은 날을 지나 노인이 된다. 즉,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는 노인이 될 청년들이 결국 마주할 문제다.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제 노년층 디지털 소외는 더 이상 외면할 것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이다.

 

 

김예은·김연희 기자·박해성·황유림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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