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고, 물 새고, 곰팡이 슬고… 45살 천안캠은 아파요”
“금 가고, 물 새고, 곰팡이 슬고… 45살 천안캠은 아파요”
  • 박나린·서다윤 기자·김준원·박정윤 수습기자
  • 승인 2023.11.21 14:38
  • 호수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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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설립돼 곳곳 노후화
자연과학관·공학관 건물 부식
학교 “현장 상황 충분히 인지,
재원 부족해 당장 개선은 무리”

본지는 1509호에서 죽전캠의 열악한 시설 문제를 다뤘다. 그렇다면 원 유니버시티인 천안캠의 시설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 천안캠은 1978년에 설립돼 45년의 역사를 지닌 캠퍼스다. 그러나 오랜 세월만큼 교내 건물들의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본지는 천안캠 시설 노후화를 심층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취재팀을 가동했다.

 

예술관 B동의 천장이 곰팡이 자국과 떨어진 자재로 인해 지저분하다.
예술관 B동의 천장이 곰팡이 자국과 떨어진 자재로 인해 지저분하다.

장애인 화장실은 창고로 전락
천안캠 인문과학관과 예술관을 방문한 기자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인문과학관 강의실 내에는 곰팡이 자국이 즐비했고, 1층 중앙현관과 종합강의실 앞의 천장은 균열이 가 있었다. 예술관 역시 천장이 부서져 있었다.


사회과학관도 노후화된 시설은 마찬가지였다. 사회과학관에서 강의를 듣는 김민서(사회복지1)씨는 “학교에서 시설물 관리에 힘써주고 있음을 알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과학관 1층 휴게실의 노후화된 의자에는 못이 드러나 있어 다칠 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회관 역시 천장의 보수 문제는 물론, 휴게실과 화장실도 보수가 필요했다. 2013년에 설치된 여학생 휴게실의 PC는 노후화가 진행돼 작업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으며, 창고처럼 방치된 장애인 화장실은 제 쓰임을 못 하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학생회관 3층 라운지의 금이 간 바닥 타일의 일부는 아예 자리를 이탈해 학생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했다.

 

학생회관 3층의 여자 화장실이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학생회관 3층의 여자 화장실이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천안캠은 예체능 관련 학과 5개, 학생 수 770여 명으로 국가대표를 배출할 만큼 체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학교의 체육 시설은 어떨까. 체육관 건물은 천장과 벽의 균열이 심각해 격한 운동을 하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또한 생활체육학과 재학생 A씨는 “체육관 102호의 컴퓨터 책상이 뜯겨 전선이 노출돼 위험해 보인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자연과학관 1관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재학생 B씨는 “전체적으로 건물이 너무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취재 결과 천장 자재가 떨어져 구멍이 뚫려 있는 곳이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천장 들림과 무너짐, 벽의 균열이 심각했다. 또 벗겨진 페인트칠과 지저분한 벽의 모습은 미관을 해쳤다. 자연과학관 2관과 이어진 공학관은 모든 층의 천장 양쪽 끝 자재들이 전부 들려 벽과 천장 자재의 사이가 띄어져 있었으며, 생명자원과학관은 4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부식돼 있었다.

 

자연과학관 1관의 4층 우측 비상구의 벽에 금이 가 있다.
자연과학관 1관의 4층 우측 비상구의 벽에 금이 가 있다.

승강기 총 2대, 교육복지 실태 심각
천장과 벽의 균열로 인한 누수 문제는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추형민(식품공학4) 과학기술대학 학생회장은 “실험실 안에 전기를 이용하는 실험 장비와 시료 등 물에 민감한 것들이 많다. 이번 여름에 우천으로 인해 건물 곳곳에 누수가 발생해 학교에 건의했다”며 “시설의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달 16일 진행된 총장님과의 식사자리에서 “누수 문제를 학교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니 해결될 예정이다”고 전달받았음을 덧붙였다.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승강기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지속해서 게시됐다. 박정윤(공예4)씨는 “예술대학 특성상 크고 무거운 작품을 옮겨야 하는데, 승강기가 없어서 진열이 힘들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 재학생 C씨는 “지난 학기에 한쪽 다리를 다쳐서 4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다”며 “다리가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승강기가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천안캠은 의료 관련 대학을 제외하고 자연과학관 2관에만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생명자원과학관에 장애인 학우들을 위한 승강기 설치가 예정돼 있지만, 두 건물처럼 5층인 인문과학관은 여전히 승강기가 없다. 본지가 타 대학의 승강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려대 110대 ▶건국대 40대 ▶서강대 34대 ▶서울시립대 41대 ▶상명대 서울캠퍼스 11대임을 알 수 있었다. 죽전캠만 해도 화물용 승강기 4대를 포함한 총 32대의 승강기가 운행되고 있다.


천안캠은 현재 의료 관련 대학을 제외하고 2대의 승강기가 있으며, 생명자원과학관에 승강기 설치가 완료되더라도 캠퍼스 전체 3대에 불가하다. 국립특수교육원이 발표한「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 따르면 천안캠은 개선요망 수준으로,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과 학습 여건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천안캠에 3억 7,000만원의 예산이 승강기 관련 목적으로 배정돼 있지만, 승강기의 추가 설치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이에 대해 임재민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승강기 설치는 예산팀, 기획팀과 함께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해서 설치 가능성에 대해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시설물 노후화로 인한 문제는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점검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VOC가 접수되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현장을 확인한 뒤에 공사가 시작된다. 추워진 날씨와 함께 증가한 난방 오류에 관해서도 보수를 진행 중이다. 임재민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냉난방기는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VOC가 접수되면 순차적으로 A/S를 진행하지만, 건물이 많은 데다 고장 난 자재를 확인하고 발주와 반입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학생들 “건물 개선 대책 마련하라”
누수와 냉난방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설물 자체의 보수가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우리 대학은 등록금과 학교를 운영하면서 남은 예산을 건축기금 혹은 교육환경개선 기금으로 적립해 놨다가 노후한 교육시설에 투자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환경개선 기금은 적립돼 있지만, 건축환경기금은 거의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성인 예산팀 과장은 “등록금은 동결돼 있는데, 물가가 인상해 학교 재정 상황이 건축기금이나 교육환경개선 기금을 적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설 투자를 위한 충분한 재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학의 시설 노후화 문제는 교육의 질과 학습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학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시설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천안캠 설립 45년이 지난 지금, 시설 노후화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박나린·서다윤 기자·김준원·박정윤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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