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구덩이에 구원의 사다리를 놓는 것이 목표”
“마약 중독 구덩이에 구원의 사다리를 놓는 것이 목표”
  • 유영훈 기자
  • 승인 2023.12.05 15:14
  • 호수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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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72) 경기 다르크 센터장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대한민국, 실질적 대책 필요
마약중독 회복의 효과는 사회 전체에게 이로운 일

지난해 검찰청이 발표한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확인된 마약 단속 현황은 18,395건으로 지난 2010년 9,732명에 비해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젠 한국을 ‘마약 청정국’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성인을 대상으로 퍼지는 마약은 물론 청소년 역시 마약의 마수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중독과 더불어 마약 밀수 및 판매 등 마약 관련 범죄는 큰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 마약을 접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는 미미하다. 중독성을 고려했을 때 마약은 재활 치료가 꼭 필요하지만, 마약 투약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인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마약 재활 치료부터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임상현(72) 경기 다르크 센터장을 만났다.    

 

- 다르크란 무엇인가.

“다르크란 ‘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DARC)’의 약자로 민간 약물 중독재활센터를 뜻한다. 일본 다르크를 기본 모델로 삼아 한국형으로 적용했다. 약물 의존자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중독재활센터이며 다수의 투여 경험자가 함께 살면서 치료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복된 약물 경험자가 시설장 운영을 맡고, 약물 의존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스스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의존자들은 각종 프로그램과 함께 수시로 자체 모임을 가짐으로써 중독으로부터 회복한다. 이 방식이 다른 치료법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떻게 다르크에서 약물 중독재활치료를 하게 되었는가.

“17살 때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을 40년간 해왔다. 건강도 해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슬픔을 줬다. 당시에는 마약에 대한 치료가 전무해 치료를 받지 못했다. 마약이 주는 쾌락에 빠져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 물론, 치료를 통해 의존에서 벗어났지만, 그 과정 중 ‘내가 좀 더 일찍 약물 의존 치료나 재활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느꼈다. 그러던 중 일본 다르크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재활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안에서 경험을 나누고 치료에 도움 되는 일을 하게 됐다.” 

 

- 수년간 수많은 약물 의존자를 만나왔을 것 같은데 안타까운 사례가 있는가. 

“약물 의존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든 나머지 센터를 찾아와 한두 달 같이 생활하며 점차 호전된 분이 계셨다. 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상태가 좋아지는 것인데 이분은 자신이 완치라 생각하고 센터를 나갔다. 이후 다시 의존 증상이 심해져서 센터에 2~3번 다시 입소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그 분은 지금 교도소에서 형을 받아서 지내고 있다. 치료에 실패하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조금만 인내하면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데 다 완치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항상 ‘내가 왜 중독에 빠졌는가’, ‘문제가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것을 보지 못하고 벗어나 버리는 게 너무 안타깝다.”

 

임상현 센터장이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띠고 있다. 
임상현 센터장이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띠고 있다. 

-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는가?

“대학생이었는데 처음 입소하던 때가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그래서 센터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시험을 봤다. 시험이 끝난 저녁, 대화를 나누며 학교에 계속 다니되 센터에 입소해서 치료받는 것을 권했다. 이에 본인도 동의해 1년간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에 다녔다. 센터는 1년이 지나면 완치로 판단해 퇴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학생은 이후에도 22개월 동안 센터에 남았다. 지금도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잘 다니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이 일이 보람 있다고 느낀다.”

 

- 마약 범죄를 보는 시선과 약물 의존자를 보는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반인들도 기존 갖고 있던 편견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형제자매 또는 친한 친구나 이웃이 약물 의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실제로 마약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 약물 중독자가 있을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을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약물의존 환자’라는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 차원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시도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좋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한 사람이 마약 회복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단순한 1명의 회복이 아니다. 열 사람, 백 사람에게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다르크 센터에서 내가 살아있고 힘이 있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봉사하고 싶다. 중독의 아픔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회복되길 바란다. 나아가 그 사람들이 사회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의 속에서 다시 생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임상현 센터장이 약물의존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상현 센터장이 약물의존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신문을 읽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마약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만연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호기심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뉴스를 보면 유명인들의 마약 투여 뉴스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그렇다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마약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호기심을 가지면 절대 안 된다. 단 한 번만 해보자는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한 번 시작하면 두 번 찾게 된다. 두 번 했다고 만족하리란 법이 없다. 곧바로 세 번을 찾게 된다. 그렇게 마약에 빠지게 돼 중독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시작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탄 것과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시도도 하면 안 되고 호기심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흙으로 덮인 늪지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임상현 센터장은 오늘도 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노력하고 있다. 갈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고, 마치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구덩이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실패를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게 내어주는 그의 손이야말로 그들을 양지로 이끄는 탈출구가 될 것이다.

 

 

유영훈 기자 whate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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