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미간이 주는 의미
구겨진 미간이 주는 의미
  • 박해성 수습기자
  • 승인 2023.12.05 14:58
  • 호수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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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이 없는 기사는 가치가 없다!” 선배 기자는 미간을 심각하게 구긴 채 말했다. 문제의식이 대체 무엇이길래 저렇게 미간을 구기면서 말하는가. 당시 신입 기자였던 내게는 도통 이해가 안 됐던 순간이었다.


나의 첫 취재는 지난 10월 진행된 전체학생총회였다. 1분 1초마다 취잿거리가 쏟아졌던 총회는 기자에게 있어 전쟁터와 진배없었다. 그 속에서 나의 임무는 자유발언대에 오른 학생들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의 첫 인터뷰 대상이었던지라, 아직도 한 명 한 명 기억에 남아 있다. 장애인 시설 개선에 관해 주장했던 학생, 재학생들의 적극적인 총회 참여를 독려했던 학생 등 각자만의 뚜렷한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개중에는 이 부분만은 꼭 기사에 실어달라며 부탁한 학생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개 수습기자가 무슨 권한이 있으랴 민망한 웃음뿐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녹음했던 인터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녹음 속에는 정신없던 취재 현장의 소음과 그 사이에서도 똑부러지게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있었다. 집중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옮겨적던 찰나 노트북에 비친 나의 모습이 보였다. 미간이 구겨져 있었다. 


구겨진 미간은 나에게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선배 기자에게 옮은 것인가. 아니다. 답은 인터뷰에 있었다. 녹음 속에 담긴 인터뷰를 반복해서 듣던 그때야 비로소 그들의 문제의식은 온전히 내 몫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을 온전히 기사에 담는 것이 기자로서의 진정한 책무임을 깨달았다.


첫 취재를 통해 기자와 문제의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배웠다. 좋은 기사의 근간에는 항상 문제의식이 자리했고 그것의 이편에는 언제나 미간을 구긴 기자가 서 있었다. 이후 기획 회의 때마다 문제의식이 있는 기삿거리를 들고 가려 한다. 항상 어딘가 부족한 내 기삿거리는 선배 기자들의 뭇매를 부르곤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기죽지 않고 들고 간다. 그들의 구겨진 미간을 보기 위해서.

 

 

박해성 수습기자 haeseo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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