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소름끼치는 ‘한국형 오컬트’의 탄생
영화 ‘파묘’, 소름끼치는 ‘한국형 오컬트’의 탄생
  • 서다윤 기자
  • 승인 2024.03.19 14:49
  • 호수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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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의 한 장면에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무덤을 살피고 있다.
영화 `파묘'의 한 장면에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무덤을 살피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 ‘험한 것’이 나왔다. 지난 2월 22일 개봉 전부터 각종 극장의 예매율 1위를 달리며 호평을 이어간 ‘파묘’는 한국 오컬트 장르 영화 가운데 최초로 700만을 돌파했다. 만약 ‘파묘’가 1000만을 돌파하면 최초로 오컬트 장르 천만 영화가 된다. 비주류로 평가받던 오컬트 영화가 이토록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하고 두렵다

오컬트란,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를 어원으로,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뜻한다. 서양에서 시작된 오컬트 영화는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없는 공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끔찍하고 흉측한 사실을 직접 드러내기보단 간접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오컬트 영화의 인기는 아이러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비정상적인 힘을 소개하는 오컬트 영화는 대부분 비유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기반으로 흘러간다. 관객의 시점에서 사건은 갑작스레 발생한다. 그리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들이 관객과 등장인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연달아 벌어진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오컬트 영화에 대한 감상은 관객 주관적이다. 공포와 의심이라는 감정은 알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기이한 사건의 이유와 등장하는 험한 것의 정체를 모르기에 관객은 불편함과 공포를 느낀다. 이렇듯 관객의 공포와 궁금증을 유발해 영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점이 오컬트 영화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인 셈이다.

 

‘오컬트’는 왜 인기 있나

‘파묘’란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는 것을 말한다. 유교 질서와 무속 신앙이 오래전부터 강한 지지를 받는 한국 사회에서 ‘파묘’는 이목을 끌기 쉬운 소재다. 그래서일까, ‘파묘’는 개봉 한 달 만에 빠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흥행 요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한국 사회에서 ‘파묘’는 조심스럽고, 금기시되는 행위다. 그러나 영화 ‘파묘’는 파묘를 오컬트와 결합해 금단의 영역을 건드렸다.

 

그 결과 관객들의 ‘불편함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초가집이나 마른 대나무가 꽂힌 집에 살며 전통 의상을 입는 고전적인 무당과 달리 영화에 등장한 ‘무당’ 화림은 현대적이다. 흔히 ‘MZ’라 부르는 현대적 요소와 천지인을 잇는 무당을 결합해 관객에게 ‘무당’에 대한 통념을 깨버렸다. 마지막으로 ‘친일 청산’이 영화의 핵심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오컬트는 관객에게 어렴풋이 느낄 순 있지만 분명히 알 수는 없는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소름이 끼치고 불편하고 두렵지만 왠지 싫지 않은 느낌이다. 샤머니즘과 오컬트는 이제 우리에게 ‘기꺼운 불편함’이 됐다. 왠지 싫지 않은 불편함에 기꺼이 한번 집중력을 홀려 보자.

 

 

서다윤 기자 clyo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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