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실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 서다윤
  • 승인 2024.03.19 14:23
  • 호수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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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사회 – 『공정하다는 착각』

출판사 와이즈베리

출판일 2020.12.01

페이지 420

※ 도서관 보유 여부

(죽전: O, 천안: O)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등수로 줄을 세우고, 낮은 점수를 부끄러워하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를 산다. 잘나서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고, 도태되면 힘들게 사는 것은 공정하다고 여기는 사회다. 저자는 이것이 오만이며, 공동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여긴다.

 

귀족정(Aristocracy)이며 재산이 대물림되는 사회와 능력주의 사회가 있다. 태어날 사회를 택할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가난하다면 노력으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부유하다면 세습이 가능한 귀족제 사회가 정답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점은 ‘인식’이다. 귀족제 사회에서 부유층은 자신의 특권이 그저 행운의 결과임을 알 것이다. 반면 빈곤층은 불행이 자신의 탓이 아닌 불운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빈곤층이 자책하며 자괴감에 빠질 이유가 없다. 반면 능력주의 사회에서 부유층은 자신의 특권이 행운이 아닌 성취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빈곤층은 부족한 자신을 탓하며 좌절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느 사회가 정의롭다고 판단하고 확신할 수 있을까?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이 된다. 저자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꼽는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는, 대학 합격을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것이며, 둘째는 일의 존엄성 높이기다. 대학에 합격한 사람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판단할 것이고, 실물경제에서 노동을 통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진짜 노동자로 간주해 저소득 노동자에게 임금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결법은 다소 현실성 없고, 무모해 보인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능력주의에 분명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행위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 영역’을 외면해 왔다. 이제는 능력주의의 정의롭지 못한 부분을 바꿀 방법을 논할 담론이 필요할 때다.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서다윤 기자 clyo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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