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의 귀여움과 ‘동물 외교’… 우리가 잊은 건 없나요
푸바오의 귀여움과 ‘동물 외교’… 우리가 잊은 건 없나요
  • 손유진·서다윤·황유림 기자
  • 승인 2024.03.19 14:45
  • 호수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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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난 국민 판다
‘베이비 스키마’ 열풍 일으켜
하루 8천명 만나… 4월 중국행
동물 생명권 고려 계기돼야
동물 외교의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 관계가 녹아있다. 일러스트 박주혜 기자
동물 외교의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 관계가 녹아있다. 일러스트 박주혜 기자

“푸바오 잘가!” 이달 초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 국민 판다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한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한국에서 최초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귀여운 외모와 주변인들과의 서사로 대중들의 마음을 쏙 사로잡았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인 ‘뿌빠TV’는 푸바오가 태어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빠짐없이 담아 시청자들과 라포르(Rapport)를 쌓았다.

 

라포르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관계를 맺는 마음의 유대를 뜻한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에버랜드만의 마스코트로 부상한 푸바오는 그 인기에 걸맞은 기록을 세우기 시작했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은 누적 조회수 5억을 달성했고, 현재 12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푸바오 열풍에 힘입어 작년 5월부터 현재까지 에버랜드 입장객 수는 전년 대비 30%가 증가했으며, 판다 월드의 하루 방문객은 8000여 명에 달한다.

 

푸바오는 그저 우리에게 찾아온 귀여운 선물이었을까? 푸바오의 송환 이면에는 ‘동물 외교’가 존재한다. 동물 외교란 희귀한 동물을 상대국에 보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의 외교활동을 말한다. 주로 멸종 위기 동물이 사용되고, 중국은 판다로 동물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고,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판다는 중국으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받아오게 된다. 따라서 푸바오를 포함해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들은 번식이 가능한 4살부터 중국으로 반환된다.

 

중국의 판다를 이용한 ‘동물 외교’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던 까닭은 판다가 귀엽기 때문이다. 푸바오는 감성을 자극하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매, 커다란 눈, 부드러운 털, 다소 서툰 움직임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런 동물 외교가 통한 진화론적 근거로 임명호(심리치료) 교수는 `베이비 스키마'를 꼽았다. “베이비 스키마는 진화론적으로 아이를 먹여주고 보호해 주기 위해서 ‘귀여움’이란 것이 아이에게 장착된 것”이라며 즉, “아이는 본인이 보살핌을 받기 위해 귀엽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중들은 “사육사와 노는 푸바오의 귀여운 모습을 자신의 어린 시절과 동일시하며 위로와 안도감을 얻는 것”이라고 답했다.

 

발달 심리학적 이론에 따른 귀여움에 대한 근거도 존재한다. 귀여움이라는 긍정적인 속성이 느껴질 때 양육자의 보살핌 행동을 유발하는 자동적 심리적 기제가 나타난다. 이는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귀여운 동물을 보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흥분될 때 분비돼 긍정적 기분을 느끼게 해 동물을 보면 행복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귀여운 존재를 봤을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도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관여해 애정도를 높여주며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은 ‘바오 가족’과 같은 판다 이외에 따오기도 외교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1998년 일본에서는 멸종위기였던 따오기 한 쌍을 일본에 선물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에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을 들여와 복원에 성공했다. 또한 쿠릴 열도로 분쟁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일본의 경우 외교의 수단으로 개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화여자대 대학원 장이권(생명과학) 교수는 “동물 대여 프로그램은 멸종위기종이나 야생에서 서식지를 찾기 힘든 생물 종에 중요하다”며 유전적 다양성과 동물행동의 풍부화, 종의 생존과 교육 및 연구 측면에서 동물 외교의 지속될 필요가 있고 상생해야 함을 설명했다. 또한 장 교수는 “동물 대여 프로그램은 이미 동물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많은 규정과 제약이 있다”고 말하며 “동물 외교 프로그램 자체의 개선을 요하진 않다”고 밝혔다.

 

‘동물 외교’는 동아시아의 특별한 관행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국은 타국에서는 이미 멸종됐지만, 자국에서는 아직 남아있는 동물을 타국에 선물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동물 외교'는 선물을 주고받는 두 나라 사이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귀여움’이라는 키워드가 상대국을 착하고 좋은 친구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 외교에 이점만 있지는 않다. 작년 일본 도쿄에서는 태어난 지 엿새 된 판다가 폐렴으로 죽었고, 뉴질랜드에서 국조로 아끼는 새 '키위'가 미국 동물원에서 관람 수단으로 활용돼 논란이 일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동물원은 외교 차원으로 선물한 키위를 관객들이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예민한 습성의 키위새를 자극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푸바오의 경우와 같은 '판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대만에 기증한 수컷 판다가 뇌 질환으로, 태국으로 보낸 판다가 폐사하는 소식이 잇달아 들리며 두 나라가 부검해 자연사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는 관리 책임이 있는 당국에 보상금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한화로 약 5억74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에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선물 받은 호랑이 중 한 마리가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고, 남북 관계 선전에 활용됐던 진돗개와 풍산개는 수십 마리의 새끼들을 감당하지 못해 일반인 대상으로 유상 분양이 시행됐다. 그 과정에서는 혈통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이유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아 길거리에 버려지거나, 안락사되기도 했다. 이동민(정치외교) 교수는 “‘동물 외교’는 우호적인 양자 관계를 바탕으로 빛을 발할 수 있지만,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한 경우에서는 긍정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동물보호협회는 “동물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동물 외교는 사라져야 할 정책”이라며 “동물 외교는 동물의 자유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순간 동물권 침해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물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서식지 이동, 생활환경을 바꾸는 과정에서 오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이고 환경적인 안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동물 외교는 필수적이지만, 생명권의 입장에서는 없어져야 할 요소다. 우리는 동물이 선사하는 귀여움에 빠져 동물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손유진·서다윤·황유림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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