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가 되고 싶은 마술사… 신비함을 선물하는 것이 보람”
“마법사가 되고 싶은 마술사… 신비함을 선물하는 것이 보람”
  • 송지혜 기자
  • 승인 2024.03.19 14:20
  • 호수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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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우(46) 마술사

부모님 반대에도 포기 않고
마법의 순간을 만들려 노력
인간 심리도 함께 연구한다
비밀 도서관서 자료 얻기도

윙가르디움 레비오사(Wingardium Leviosa)!”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이 마법을 부릴 때 외치는 대사다. 우리는 마법사를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호그와트 마법사가 <해리포터> 안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최면 마술부터 로또 마술까지 전 범위를 넘나들며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가 오늘날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신비로움을 안겨주는 이 시대의 해리포터, 최현우(46) 마술사를 만났다.

 

- 학창 시절부터 마술사라는 직업을 꿈꿨는지.

중고교 시절, 한 가지 나만의 특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마술을 취미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교보문고에 파는 일반 마술 서적을 읽으면서 마술을 시작했는데 그때 재미를 느끼고, 마술사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마술사라는 직업에 대한 빅데이터가 없어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근데 마술이 너무 좋아서 쫓겨나면서까지 배우려 했다.”

 

- 스스로 마술을 연구하시는 건지.

연구하는 시간이 상당수다. 기존 참고자료에 나만의 개성과 색깔을 첨가하고, 그것을 응용해 혁신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시험을 치러야 들어갈 수 있는 비밀 도서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자료를 얻기도 하고, 해외 마술 세미나와 컨벤션 마술대회를 통해 성장 기회를 얻기도 한다. 전 세계 마술사들과 함께 마술의 기법과 시대에 맞는 마술 공연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갖는다.”

 

- 사람의 내면을 함께 연구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인간의 시각적인 허점이나 이성적인 허점을 공략해 마법의 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술이 도구를 통해 이뤄지는 단순 속임수 자체로 생각한다. 하지만 고차원적 마법의 순간을 만들려면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온라인 중심 사회로의 전환에 있다. 코로나 시기 이후 온라인 문화가 정착했고, 젊은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플랫폼 안에는 마술의 취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느리게보기설정. 마술사로서 정말 난감하다. 지금 사회는 마술의 틀을 멘탈리즘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게 만든다. 결국 인간 심리를 이용하는 마술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람의 내면을 연구하는 것 같다."

 

최현우(사진 가운데) 마술사가 ‘Answer’ 단독 공연에서 마술을 시현하고 있다.
최현우(사진 가운데) 마술사가 ‘Answer’ 단독 공연에서 마술을 시현하고 있다.

- 마술을 통해 관객에게 전할 메시지는.

공연 안에 숨은 메시지가 있긴 한데, 그 메시지를 내세우는 편은 아니다. 관객들이 스스로 느끼고 분석했으면 좋겠다. 그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신비함을 관객에게 선물해 주는 게 마술의 본질이자 목적이다.”

 

- 언변 능력도 뛰어난 걸로 아는데.

"다 대본이다. 사람들은 내가 애드립과 언변 능력이 좋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모든 애드립과 상황이 계획된 것이다. 연극이나 뮤지컬과 똑같은 거다. 마술사 후배들도 많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인데, 무조건 다 대본 쓰라고 말한다.”

 

- 화제였던 로또 마술에 대해 듣고 싶다.

로또를 맞추고 135천만 원 따는 모습 보여주면 사람들이 마냥 신기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후 로또 회사로부터 수천 통의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나를 고소하려고 했다. 어떻게 일 등 했는지 물어봤다. 알려드릴 수 없다고 하니까 소송해서 밝힌다고 했다. 당시 로또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현우입니다. 주작이라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는데, 주작이 절대로 아닙니다. 다 근면 성실하게 일하시는 분들이시니 그런 오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 마술에 흥미를 잃거나 지치는 순간은 없었는지.

그런 순간은 없다. 재미있다. 처음 이 일을 선택했을 때 연봉을 얼마 받을지 생각해보지 않았고, 위대하고 똑똑해 보이는 마술사가 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현재도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술 덕후 같은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 가까워서 매너리즘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 인생에서 마술은 어떤 의미인가.

그냥 친구 같은 존재이다. 마술이 인생의 전부가 되지 않길 바란다. 마술에 매몰된 채로 살다 보니 멀리 보지 못한 것 같다. 이것을 30대 중반에 깨달았다. 지금은 오히려 인생을 넓게 봐야 성장할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 단대신문 독자들에게 한 마디.

“20대의 이른 실패에 대해 너무 경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대는 도전하는 나이이다. 20대 나이에 무모하게 마술에 몸을 던졌던 것처럼, 대학생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많이 도전하고 또 많이 실패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익만 생각하며 쉽게 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고 각박한 시대는 맞지만 청년 때 더 단순하고, 무모하게 멀리 바라보는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경험이 있진 않은가. 우리는 마법 같은 순간이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 일상이 누군가가 부린 마술일지도 모른다. ‘오늘, 지금 이 순간내게 찾아온 평화로운 일상,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마법 같은 순간이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송지혜 기자 songj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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