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스윙보터(swing voter), 4·10 총선의 주역 됐을까
2030 스윙보터(swing voter), 4·10 총선의 주역 됐을까
  • 손유진·서다윤·황민승 기자
  • 승인 2024.04.09 10:05
  • 호수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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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정·천안시 갑 후보 6명이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 출처 = 강철호·이언주·문진석 후보 선거사무소, 이기한 후보 블로그, 디트뉴스, 충남문화신문

Prologue

“제22대 국회의 제1당이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5, 4, 3, 2, 1.” 대한민국 정국의 향배를 가를 4·10 총선 열기가 뜨겁다. 유권자의 선택은 어떨까. 각 정당은 유권자들의 마지막 ‘한 표’까지 공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본지는 4·10 총선의 격랑에 뛰어들어, 선거 현장의 숨소리와 손짓까지 낱낱이 기록했다.

 

‘청년 정책’이 승패 가른다

 

일러스트 박주혜 기자
일러스트 박주혜 기자

2022 대선과 마찬가지로 ‘청년 세대’의 표심이 4월 총선의 핵심 변수다. 정치권 안팎에선 22대 총선 결과를 2030 세대의 투표율이 결정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60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 성향은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돼있으나 20대와 30대의 정치 성향은 확고하게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없이 선거마다 선택을 달리하는 ‘스윙보터’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총선 유권자 4428만여명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은 31.9%를 기록해 2030 세대(28.6%)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2030 세대 유권자의 비율이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보다 낮긴 하지만, 투표 성향이 굳어지지 않은 ‘청년 세대’의 표심이 투표의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2030 세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거대 양당의 청년 정책은 제도권 정치의 폐해를 보여줬다. 청년들은 주요 정당의 후보, 의제, 공약 등이 여러 면에서 2030 세대와 떨어져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흩날리는 벚꽃과 다가오는 총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이 가지는 고유한 권리다. 국회의 구성과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선거인만큼,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비전을 면밀히 살펴보며 국가의 미래에 어떤 선택이 긍정적일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선거 관리와 국민 투표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 기자는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에 앞서 우리 대학이 위치한 용인시 수지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방문했다.

 

선관위는 후보자들의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한 예방·감시·단속 활동과 더불어 선거비용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확인 조사를 하고 있다. 선거 당일에는 눈을 뜰 새도 없이 바쁘다. 투표소의 전반적인 관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지구 선관위원은 총 8명, 선관위를 관리하는 사무국은 총 7명으로 선거계와 지도계로 나뉘어 있다. 선거계에 20년 넘게 몸을 담아온 송준호 선거 계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덕망과 다양성에 초점을 두어 위촉한다”며 “다양성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여러 의견이 잘 중재되어 큰 문제 없이 이번 총선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선거계장은 “후보자들을 도와주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명함 등의 인쇄물을 나눠주고 다니는 시민분들이 있는데 모두 불법 행위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투표 당일, 선거 사무국은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낸다. 선거인을 맞이하기 전 투표 사무관 확인, 물품 구비, 투표소 준비를 마무리한다. 오전 6시, 선거인이 몰려오면 ▶신분증 확인 ▶전반적인 투표소 관리 ▶시간대별 투표자 수 기록 ▶상급위원회와의 교류가 이뤄진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나면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사무국은 경찰, 투표 참관인의 도움 아래 개표장까지 투표함을 안전하게 이송시킨다.

 

우리 대학 죽전캠이 위치한 용인시 정 선거구엔 총 3명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천안캠이 위치한 천안시 갑 선거구는 총 3명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이 중 기자는 용인시 정 A 국회의원 후보의 유세 현장에 함께 했다. 이날 후보는 용인시 정 선거구에 포함된 구성동, 마북동을 돌며 상인과 지역 주민들에게 유세를 펼쳤다. 정책 협약식 이후에는 보정동에서 유세를 펼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A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역주민을 만난 과정을 통해, 숙원사업을 파악해 실천할 수 있는 핵심 공약을 만들었다”며 “우리 지역의 시급한 현안인 교통 문제, 주거 환경 개선 정책을 수립해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제22대 국회의원 출마 포부를 밝혔다.

 

죽전3동 사전투표소이다.
죽전3동 사전투표소이다.

사전투표율 역대 총선 최다

제22대 총선의 사전투표가 이달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전국에서 진행됐다. 전국에는 총 3565개의 사전투표소가 마련됐다. 사전투표 동안 유권자는 별도의 신고 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가 가능하다. 사전투표율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진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앙선관위는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1384만9043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이달 4일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도 투표 참여 의향이 있는 유권자 중 ‘사전투표일에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42.7%에 달했다. 이달 5일 오전 10시 용인시 죽전 3동 사전투표소가 아침부터 붐볐다. 사전 투표를 완료한 전예문(21)씨는 “인생 첫 투표인데, 부모님이 첫 투표를 시작하면 앞으로의 투표도 계속 참여하게 된다고 하셔서 미래를 위해 꼭 한 표를 실천하고 싶었다”며 “후보자들 각각의 보이는 단점이 적은 후보를 뽑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소연(26)씨는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 중장년층이라 청년층의 투표율이 걱정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루 동안 선거 참관인으로 근무한 김다희(23)씨는 “오전 6시가 되자마자 많은 인파가 쏟아져서 사람들이 부지런히 본인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민주주의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정치에 ‘청년’ 실종

청년으로 정의되는 2030 세대의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에서 최하위다. 중앙선관위 선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60~70대 노년층의 투표율은 17~20대 대통령 선거, 18~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70%를 넘겼으나 20대 전·후반 청년의 투표율은 평균 40%를 웃돌았다. 투표율뿐만 아니라 청년의 정계 입문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제20대 국회에서는 30대 이하 청년 정치인이 1%에 불과했고 현 제21대 국회에서도 3%에 그쳤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청년이 적은데 국회의원 후보에서마저도 청년 비중이 줄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 지역구에 출마하는 총 686명의 후보 중 20대 후보자는 4명, 30대 후보자는 33명이다. 2030 세대 청년층 비율은 5.4%로 지난 총선(6.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2030 세대가 청년의 바람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내려면 ‘청년 정치인’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재형(정치외교) 교수는 정치권 청년 실종의 원인으로 “기존 정치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며, 특히 공정과 기회 및 결과의 평등과 같은 청년들이 지향하는 시대정신을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이 이념과 세대, 젠더 갈등과 같은 사회 갈등을 조장하며 청년들에게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무한 경쟁 속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들이 자기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정치를 외면하고 있는 점도 정치 참여도가 낮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팀장 역시 “기존 정치권의 과도한 경쟁은 양질의 일자리, 주거 등 생존의 문제가 걸린 청년의 정치적 효능감을 약화하는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경험하는 제도권 교육에서 정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과의 소통, 2030 세대와의 교류는 정치권에서 매번 화두로 자리했지만 제21대 국회의 청년 정치인은 13명에 불과하다.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미래세대인 청년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장기적인 문제에 대응성을 높이고 정책 수립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즉, 2030 세대가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별도의 청년 조직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 유니언(Young Union)'은 약 12만 명의 회원을 보유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웨덴과 영국, 북유럽 국가들의 정당 지도자들 역시 대부분 정치 학교나 정당별 캠프, 청년 기구 등에 참여했었다. 이처럼 과감하고 진보적인 정치인의 정계 입문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민 팀장은 우리나라 청년 정치의 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청년 할당제’를 꼽으며 “‘청년 할당제'는 특정 계층이 과소 대표가 되고, 소외를 극복할 수 있기에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약과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pilogue

한국 정치계는 스윙보터 2030 세대를 사로잡아야 한다. 지지층 감소가 두려워 선심 쓰듯 두루뭉술한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정치 철학의 빈곤을 보여줄 뿐이다. 정치계에서 청년 정치인은 지금 ‘낯선 존재’다. 청년을 사로잡으려는 자, 청년들과 친해져라. 국회는 지금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동산 문제, 결혼과 출산 등의 의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유진·서다윤·황민승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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