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어느 신입사원의 눈물
<화경대>어느 신입사원의 눈물
  • <김행철 동우>
  • 승인 2002.10.18 00:20
  • 호수 10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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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신입사원은 8명이다. 말하자면 금년 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진출한 사람이 여덟 명 이라는 말이다. 이들 중에서 여자가 4명, 남녀 구성비로 볼 때, 아마도 우리 회사에는 남녀 차별, 뭐 그런 것은 없는 회사임이 분명하다.나는 금년 한해 일하면서 이들이 우는 것을 열 세 번 쯤 보았다.

기뻐서 울거나, 집안에 슬픈일이 있어서, 혹은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 생겨서 우는 것은 이 카운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이 울었던 열세번은 말하자면 일이 힘들어서, 혹은 윗사람에게 혼난 다음, 혹은 관련부서와의 일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을 때 등, 굳이 정의하자면 “업무상의 눈물” 쯤으로 해 두기로 하자.

신입 사원들이 보여 준 열세번의 눈물 중에서 일곱번은 한 여사원이 흘린 것이고 나머지 6번은 나머지 7명의 사원들이 한번씩 흘린 것이다. 어떻게 시시콜콜 그런 것들까지 다 기억하시는지 궁금하시겠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기억해서 연구하는 것을 하나의 취미로 삼는 사람 쯤으로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업무상의 눈물이 워낙 많은 것을 보면서, 그들의 애비 내지는 적어도 큰 삼촌 쯤은 되지 싶은 우리 세대들은, 혹여나 다음 시대의 대한민국을 이끌 젊은 세대들이 좀 약하지나 않을까 염려하게 되는데, 실은 나도 그런 사람중의 한사람임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하지만, 그들의 “업무상의 눈물”을 놓고, 가만히 그 원인들을 분석해 본 다음에는 약하지 않은가? 라는 염려 대신, 그들과 나의 생각 차이를 오히려 절감하게 되었는데, 그 생각의 차이라는 것이 참으로 심각한 ‘근원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음이 슬쩍 놀라웠다.

우리 신입사원들은, 참 기특하게도 대학시절,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외국으로의 연수도 적절히 다녀왔기 때문에 적절한 국제감각을 익히고 있음과 동시에, 아직도 많은 어른 세대들이 같은 사무실의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외국사람과의 의사소통도 너무나 쉽게 해내고 있다. 대단하다 여겨짐과 동시에 부럽기도 하다.

근데, 이런 실력을 갖춘 우리의 신입사원들이 왜 그렇게 울까를 알아봤는데, 아, 참 놀랍게도, 그들의 눈물의 원인이 대부분 ‘자존심 상함’에 있다는 것이었다. 잘 될 줄 알고 덤볐는데 잘 안되어서 자존심 상하고, 그것도 그냥 상하는게 아니라 너무 상해서 울어버리고 있는 중이었고, 잘 팔릴 줄 알았는데 잘 안팔리는 것 또한 심히 자존심 상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자신의 실력이면 해 낼 줄 알았던 어떤 프로젝트가 뜻하지 않은 벽에 막혀 버리자 도대체 그럴 리가 없다면서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 참고가 될까 하여, 내가 알고 있는 하나의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성공’이라는 것은, 전혀 어려움이나 저항이 나타나지 않아서 무사히 성공으로 도달한 경우는 하나도 없고, 성공 그 자체가 바로 다름아닌 ‘어려움과 저항의 극복’이라는 것을 혹여나 아시는지…. 그래서 성공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땀을 요구하며 심지어는 눈물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피를 요구하기 까지 한다는 것을, 그대들은 저 옛날, 419나 6월항쟁 혹은 광주사태 등, 선배들의 피맺힌 역사에서 깨달아지지가 않으셨던지…. 슬그머니, 어느 신입사원이 오늘 또 흘린 저 눈물을 보면서 새삼 한번 물어보고 싶었었다.다시금 찾아든 정치의 계절, 우리는 또 어떤 눈물을 흘려야 더 성숙해 질런지…. 아찔했기 때문이다. 김행철(한국기업금융연수원 이사/수석컨설턴트)

 

<김행철 동우>
<김행철 동우>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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