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연구력이 곧 ‘브랜드 파워’인 시대다. 글로벌 대학은 교수의 왕성한 연구력을 동력 삼아 대학의 가치를 높인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유럽 대학, 중국과 싱가포르의 유수 대학은 양질의 연구 생태계를 앞세워 우수 인재를 빨아들인다. 좋은 연구 성과가 좋은 후학 양성으로 이어지면서 대학의 명성이 견고해지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글로벌 대학평가나 국내 대학평가에서도 교수 연구력은 평가 지표의 핵심이다. 영국의 ‘The’나 ‘QS’, 미국의 ‘뉴스 & 월드 리포트’ 등 해외는 물론 국내 대학평가기관도 전체 평가 지표 배점 중 ‘연구력’ 비중이 가장 크다. 연구력이 대학평가 순위에 결정적인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우리 대학 교수 29명이 ‘세계 상위 2% 과학자(World Top 2% Scientist)’ 명단에 들어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학술정보분석기업 ‘엘스비어(Elsevier)’가 최근 발표한 평가 결과다. 세계 상위 2% 과학자는 22개 주요 학문 분야, 174개 세부 분야에서 최소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중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를 기반으로 산출한 논문 피인용도의 영향력 지표다.
상위 2% 과학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우리 대학 교수 29명의 연구 분야는 의학·공학·바이오 등이다. 세계적 석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 연구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은 갈 길이 멀다. 국내외 평가에서 여전히 열세다. ‘세계 상위 2% 과학자’ 국내 순위도 20위권 밖이다. 연구력을 강화하려면 대학 측의 체계적 관리와 지원 확대, 교수의 마인드 전환이 절실하다. 물론 우리 대학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정년 후 연구 매진 석학 교수제 도입, 피인용지수(FWCI) 인센티브 확대, 연구실 환경개선, 연구개발 능률성과급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여전히 배고프다. 경쟁대학은 연구 부총장을 두고 성과를 관리하거나 신임 교수 인센티브가 특이하다. 서울대는 1,000만 원의 연구정착금을, 성균관대는 1,200만 원의 기자재 구매비를, 고려대는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연구비는 우수 교원 유치의 핵심이다. 우리 대학도 재정 여건을 고려해 검토해 볼 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학 교수의 마인드다. 글로벌 문을 더 두드려야 한다.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보면, 우리 대학은 인문·사회 분야에서 국내 논문 게재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자랑할 만한 성과지만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용’으로 타깃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수용 논문은 교수의 ‘의무 방어’일 뿐 국제학문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세계 상위 2% 과학자 29명 선정을 계기로 대학 본부와 교수들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