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다빈치 코드와 디지털 코드
백묵처방 / 다빈치 코드와 디지털 코드
  • 탁승호
  • 승인 2005.03.23 00:20
  • 호수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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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승호 교수 <산업경영 대학원·신용카드학 전공>

얼마 전에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을 읽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M코드의 충격적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의 후손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초기 기독교 역사의 음모와 갈등, 왜곡된 진실, 이에 맞서는 비밀결사의 활동에 얽힌 스토리가 지난 2천년의 시공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엮어져 나간다. “역사란 항상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며 작가가 제시하는 메시지는 역사의 진위에 대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소설이긴 하지만 치밀한 가설과 풍부한 방증자료, 놀라운 상상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대략 50년 전, 내가 어린 시절은 컴퓨터나 인터넷은 고사하고 TV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대이다. 그래서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즐겨 읽었는데, 특히 투명인간, 천리 밖을 내다보는 천리안, 인조인간 프랑켄 슈타인, 죠지오웰의 빅 브라더 등과 같은 공상과학물에 빠져 상상의 날개를 펼치던 기억이 남는다. 또한 마음졸이며 읽던 괴기 만화책이 생각나는데 주인공이 방안의 거울 속으로 훌쩍 뛰어 들어가면 이세상과는 전연 다른 별세계가 펼쳐지는데 기이한 사건들과 숱한 우여곡절을 겪다가 거울 밖으로 뛰쳐나와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또한 그 시절 우연히 보게된 한편의 공상과학영화도 잊을 수 없는데 뇌종양에 걸린 환자를 살리려고 의료진이 특수한 알약을 먹고 극소화되어 환자의 혈관을 타고 뇌 속으로 들어가 수술을 끝내고 탈출하는 내용인데 의료진이 탄 보트가 커다란 호수의 폭포에 휩쓸려 떨어지는(실은 환자의 눈물방울을 타고 신체 밖으로 나오는)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하여 무척 인상적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그 동안 세상은 정말 천지개벽할 만큼 많이 바뀌었다. 바야흐로 21세기가 아닌가? 만화나 소설 또는 영화에서 읽고 본 상상의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들이 오늘날 상당부분 현실화되고 있어 놀라울 정도이다. 만리 밖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인조로봇, 화성탐사,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화상휴대전화, 3차원 바코드, RFID, 유전자 조작과 체세포복제, 쌍방향 텔레비전, 텔레메틱스, 유비쿼터스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지금 우리주변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마우스를 클릭하면 펼쳐지는 모니터속 사이버 세계는 앞서 말한 거울속 세계를 현실화시킨 것 같고 또한 인체내부를 내시경 탐사하고 레이저 수술하는 현대 첨단의술은 앞서 말한 공상과학영화류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거라고 말이다.
향후 50년 아니 10년 후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아마도 IT(정보통신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등 신기술을 접목한 산업융합화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제2의 IT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현되어 디지털 기반사회, 지능기반사회가 도래하고 어쩌면 우주여행이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와 같은 미래의 트렌드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도 글로벌한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낙오하기 마련이다.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전통적 생산요소 보다는 과학정보기술과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사고나 수직적 사회시스템보다는 다양성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기능적 사회시스템이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체가 될 것이다.
나는 강단에 설 때마다 젊은 학생들이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는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상상력을 키워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학생들 스스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고 자유분방한 사고력과 풍부한 상상력, 왕성한 지적 갈증과 학문적 정열로 학창시절을 보내기를 기대한다.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 말처럼 진리를 추구하는 냉철한 머리와 이웃을 배려하는 따듯한 가슴을 지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21세기를 주도하는 인재들이 과학, 경제,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지식정보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기본코드는 무엇일까? 그것은 ‘I’자형이나 ‘T’자형이 아닌 ‘?’자형 인재이다. 세로의 ‘ㅣ’는 전문가적 지식을, 가로의 ‘ㅡ’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지식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T’자형 인재의 경우 자기의 전문분야는 물론이고 여타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형 인재의 경우 가로의 ‘ㅡ’가 가운데까지 내려와 있는데, 이는 여타분야에 도 전문가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You should know everything of something and something of everything"이란 말을 새겨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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