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 ‘가스 배출을 금(禁)하라’
화경대 / ‘가스 배출을 금(禁)하라’
  • 최재선
  • 승인 2005.03.24 00:20
  • 호수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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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통 끝에 지난 2월 이른바 ‘교토 의정서’가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일정한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를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차 감축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아 이 같은 의무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13년부터 시작되는 2차 감축기간에 우리나라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직면한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우선 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기쁨’을 한 없이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대기오염을 줄이는 다양한 조치들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 보자. 배기가스에 관한 두 가지 중요한 사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 선진국을 중심으로 배와 항공기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줄여보자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교토 의정서 시행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배와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가스로 인한 지역주민과 인간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여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예컨대 일본과 미국의 경우 선박이 자주 드나드는 항구 주변에 모여 사는 시민들의 참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선박에서 생기는 거의 모든 가스를 규제할 방침으로 있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그리고 미세 먼지 등이 일차적으로 규제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배가 항만에 입항 할 때 속도를 줄이거나 황이 덜 섞인 선박 연료유 사용, 선박이 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동안에는 육상용 전기를 쓰도록 하는 방법 등을 통해 가스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의 로스엔젤리스 항이 환경적인 규제가 가장 심하다. 이 곳에서는 배 뿐만이 아니라 항구에서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고 있는데, 예컨대 배에 화물은 싣고 내릴 때 사용하는 크레인에 대해 저유황 연료를 사용하거나 배기가스를 줄이는 촉매장치를 달도록 하고 있다.
한편, 선박과 함께 유럽연합은 비행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인터넷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기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초음속 항공기 도입을 촉진한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 같은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는 경우 2040년 쯤에는 초음속 비행기가 천대 가량 운항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항공부문의 배기가스가 1990년에서 2002년까지 거의 70%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승객 두 사람이 런던에서 뉴욕까지 왕복할 할 때 비행기에서 나오는 가스가 버스의 1년치 배출량에 맞먹는다는 연구결과에 충격을 받아 이 같은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 도처에 웰빙이 난무하고 있다. TV를 켜면 유기농 야채와 기름이 덜 들어간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로마 테라피와 유럽 호텔식 아쿠아 스파 등 이름과 처방을 알 수 없는 갖가지 묘법이 소개되고 있다. 비용도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W 호텔에서 한 시간 남짓 웰빙 스파를 받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0만원 안팎이라니 아찔할 지경이다. 잘 먹고 잘 산다는 본래 웰빙의 뜻대로 한다면,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참살이의 한 방편이다. 국민이 편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더러운 가스를 금하도록 하는 것도 잘 먹는 것만큼이나 시급하다.
최재선<한국해양수산개발원·국제물류팀장>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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