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 혀
백색볼펜 /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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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07 00:20
  • 호수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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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 ‘개’라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신체부위는 ‘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혀’에 관련된 속담이 많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처럼 긍정적인 속담도 있지만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처럼 부정적인 뜻의 속담이 훨씬 많다. 이처럼 선비들은 물론이고 우리 조상들에게 ‘혀’는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입 ‘속’에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입을 다물면 혀를 아무리 움직여도 말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 ‘치’는 약 3㎝이므로 ‘세 치 혀’는 약 9㎝다. 이 9㎝의 혀가 없으면 일단 ‘말’을 하지 못하고 ‘맛’을 느낄 수도 없다. 혀는 발음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을 맡고 있으며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미각 기관이다. 또한 병원에 가면 제일 먼저 “아 해보세요”라고 하는데 이는 혀의 색깔을 통해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쳇말로 ‘혀 깨물고 죽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죽는 이유가 예상외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과다출혈이나 호흡곤란이 아닌 충격에 의한 쇼크사라는 것이다. 혀는 인간의 몸 중에서 감각이 가장 뛰어난 부분으로 민감한 신경을 가지고 있는 섬세한 기관이다. 그리고 혀는 생각보다 두꺼운데 혀가 잘려나갈 정도로 세게 깨문다면 순간적인 충격에 뇌의 뒷부분에 엄청난 자극을 받아 쇼크로 죽는 것이다.
△ 혀의 가장 뒤쪽에 있는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인류 진화의 단계에서 급속히 퇴화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쓴맛 담당 부위가 독을 몸속에 넣지 않으려는 방어에서 갖춰진 것으로 여겨지나 뇌가 발달하면서 독의 작용을 학습해 먹지 않아도 분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쓴맛 유전자가 퇴화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이 난무하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쓴맛보다 단맛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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