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백묵처방
  • 이효선
  • 승인 2002.09.27 00:20
  • 호수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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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로 세계 통합한 ‘칭기즈칸’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올해도 변함없이 학회일로 몽골을 다녀왔다. 비행기 속에서 나는 이 초원의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세계를 껴안을 수 있는 힘이 나왔을까 곰곰이 깊은 생각에 잠겨보았다.
다 알다시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10년전 지난 1천년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칭기즈칸을 꼽았다. 지난 1천년은 전염병, 전쟁, 학살, 뜨고지는 제국들, 기술발전, 자본주의, 산업주의, 민주주의 등이 이뤄진 시대였다. 좋을때는 매우 좋았고 나쁠때는 몹시 나빴다.
칭기즈칸은 1162년에 태어났다. 아명(兒名)은 테무진이고, 칭기즈는 1206년 몽골제국의 칸으로 추대되면서 받은 칭호이다. 그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부족장이었으나 그가 아홉 살 되던 때에 타타르 부족에게 독살됐다.
그는 이후 갖은 고난을 겪으며 강하고 용맹하게 자라났다. 그는 유목민과 함게 생활했고, 나무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텐트(Ger)를 치고 생활하며 돌아다녔다.그들은 글이 없었다. 그들은 다른 부족들과 끊임없이 싸웠다. 인생은 잔인하고 짧았다. 그가 12살이었을때 타부족과의 전투에서 져서 포로가 되었으나 호수에 뛰어들었고, 그는 물속에서 속이 빈 갈대를 이용해 숨을 쉬었다. 이 소년이 훗날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다스리고 ‘위대한 정복자’라는 칭호를 얻은 ‘칭기즈칸’ 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후 8세기가 지나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천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뽑힐줄은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1천년전 지구를 지배했던 두 문명은 이슬람문명과 중국문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이슬람 제국들이 동서양 사이에 장벽을 쌓고, 여행을 할 수 없게 했다면, 나침반이나 화약, 인쇄술 같은 중국의 첨단기술이 유럽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기독교 문명의 유럽은 후진국이었다. 봉건주의에, 주교가 있고. 귀족의 영지등이 모여 있는 곳일 뿐이었다. 로마제국은 가난뱅이의 천국이었다.
1천년전에는 아무도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이 지구를 식민지화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뒤흔든 것이 역사는 짧지만 바로 몽골제국의 출현이었다.

칭기즈칸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사실 그의 대학살은 20세기를 통틀어 견줄만한 사람이 없다. 그가 군사적 천재였다는 사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몽골의 부족을 통일했고 10명, 1백명, 1천명, 1만명 등 십진법을 이용해 군대를 만들었다. 대개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말을 탄 그의 군대는 용감했고 신속했으며, 훨신 더 잔인했다. 그리하여 불과 10만여명의 기마군단으로 중국문명과 이슬람 문명, 동양과 서양을 다 차지해 버렸다.
칭기즈칸의 제국은 13세기 무렵 태평양에서 동유럽, 시베리아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영토를 넓혔다. 그의 영토는 나폴레옹과 히틀러와 알렉산더가 차지했던 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7백 77만㎢를 차지했다. 그런 삶을 시작한 유라시아 광활한 초원지대이고, 나무도 없는 황무지를 떠돌아 다니는 야만인이요, 유목민이었던 것이다. 바람처럼 기약을 할 수 없는 이동과 끊임없는 전쟁, 잔인한 약탈이 그가 배울 수 있는 세상일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와 그의 후손들은 유라시아를 넘어 동과 서의 문명이 연결될 수 있는 광대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었다.
일종의 중세의 GATT 체제인 셈이요, 오늘날의 WTO체제다. 그들은 인터넷이 발명되기 이미 7세기 전에 전세계적 커뮤니케이션을 개척해 놓았다. 그는 사람과 기술을 이동시켜 전세계를 좋게 만든 인물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들 모두는 전사(戰士)였고 몽골군의 갑옷은 화살이 파고들지 않도록 쇠가죽을 몇겹 눌러 합친 쿠대수투-코야크라 부르는 것이 주류를 이뤘다. 무기는 말과 활과 칼 그리고 망치가 전부였고 비상식량은 말린 쇠고기, 미숫가루정도였다. 축소지향적인 유목민다운 간편함, 생존을 위한 빠른 기동성과 용맹성, 그들이 잡아간 목수, 대장장이, 농업, 방직기술자들로부터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빠른 군수 보급과 병참시스템 그리고 빠른 정보통신 시스템 등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정치, 군사, 사회의 종합통치시스템, 총력 동원체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한 것이다.
가난하다고, 배운게 없다고, 나라가 작다고, 힘이 약하다고, 자원이 없다고, 원망하지 말자. 이제부터라도 너와 내가 자신을 극복하고 칭기즈칸이 되면 될 것 아닌가.

 

이효선
이효선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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